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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형함선 만들기 20년째 외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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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지천면 창평2리 정재춘(43)씨를 사람들은 "이상한 사람"이라고 한다. 돈 한푼 안생기는 모형 함선(艦船) 제작에 20년째 매달려 인적도 드문 시골 집에 혼자 틀어 박혀 밤샘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그가 만든 함선 모형은 미국 군함인 미주리호.뉴저지호, 옛 소련 함선인 모스크바호.노르시스크호 등 4대가 전부. 얼른 들으면 "겨우 그 정도 갖고?" 할지도 모르지만, 그건 정말 뭘 몰라 하는 소리일 뿐이다.

그가 만드는 군함은 주변에서 가끔 보는 모형 범선 같은 것과는 게임이 안된다. 한 척 제작에 최소 20개월은 걸릴 정도로 정밀하다. 우선 엄청난 양의 자료를 모아야 한다. 다양한 사진, 미국.일본 등의 관련 책자, 실물에 대한 과학적인 자료까지 구하는 데는 몇년이 걸리기도 할 정도.

그리고는 고작 1㎝ 정도밖에 안되는 날개 4개 달린 스크루 만드는 데 하룻밤을 꼬박 새운다. 4㎝ 미만의 닻 하나 만드는데 또다른 하룻밤이 필요하다. 크기가 5㎜인 작은 닻 쇠사슬을 만들려면 대형 돋보기를 들이 대고 섬세한 조각칼로 정성이란 정성은 전부 쏟아 부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치의 오차도 허용될 수 없는 시간들.

지금은 1987년 출함한 미 해군의 WASP호 제작에 몇달째 매달리고 있는 중이다. 끝나면 구 소련의 민스크호를 만들 생각. 1997년에 이 배가 고철로 국내에 수입된다는 뉴스를 듣고는 곧바로 항구로 달려가 비디오와 사진을 촬영하고 구조에 관한 많은 자료도 모으기 시작했다.

정씨가 모형 군함 만들기에 빠져 든 계기는 1982년에 끝난 해군 복무. 부대에서 유행하던 모형 배 만들기를 보면서 "진짜 잘 된 모형을 내가 만들어 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것. 그리고 이제는 드디어 군함 모형 제작 분야 세계 최고의 장인을 지향하고 있다. 관련 홈페이지(http//hamsun21.hihome.com)까지 개설해 놓은 것에서도 그의 의지를 읽을 수 있다.

정씨는 "많은 사람을 태워 숙식시키며 바다를 떠 다니면서 전투도 수행해야 하는 군함은 과학과 첨단기술의 최고 집합체"라고 했다. 장착된 무기 등을 보면 생산국의 과학 수준을 한 눈에 알 수 있다고도 했다.

그는 전국 곳곳을 다니며 참죽나무.은행나무 등 소재를 구하고, 칠할 천연 물감을 찾아 내고 있다. 1996년에는 해군의 모형함선 경연대회 최우수상을 받았고, 조선소나 모형 제작 업체로부터 스카우트 제의도 받았다. 하지만 돈이 필요하면 공사판 막노동 일이나 할 뿐 오직 군함 만들기에 매달릴 것이라고 했다.

칠곡.장영화기자 yhj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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