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IMF도 지적한 '늑장 구조조정'

한국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아 해외경제 변화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내부적으로는 구조조정이 경제회생의 제1 과제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도 3년여에 걸친 구조조정 작업이 여전히 지지부진, 우리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어 고질적인 '한국병'이 되고 있다. 때마침 IMF(국제통화기금),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등 국제기구가 '한국구조조정 미진'에 대해 집중사격을 퍼부은 것은 한국의 국제적 위상을 떨어뜨리는 낯뜨거운 일로 뼈아픈 자성(自省)을 촉구하는 경고음으로 들린다.

OECD는 2일 한국 경제보고서에서 "한국경제는 구조조정의 법적 틀은 마련됐으나 실제 구조조정의 속도는 당초 기대보다 느리다"고 평가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IMF는 한국의 사후관리 프로그램(PPM) 협의에 대한 토의 결과, "부실기업을 조속히 정리해야 하며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을 통해 부실기업을 지원해서는 안된다"고 권고했다. 이들 기관은 한국경제 전반에 대해 상당한 충고를 했지만 유독 우리의 관심을 끄는 것은 구조조정에 대한 부분이다. 외환위기 이후 줄곧 우리 경제는 구조조정이라는 패러다임으로 새 틀을 짜지 않았는가. 그런데도 "한국 정부는 부실 정도가 심한 287개 기업 중 29개만 퇴출기업으로 선정했다"는 OECD의 지적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들의 진단은 한마디로 "한국 정부가 시장에 자의적으로 개입하여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고 따라서 구조조정 속도도 느리다"는 것이다. 이 정도의 진단이라면 거의 상식적인 수준이다. 그런데도 왜 똑같은 목소리가 반복되는가. '해법'은 있으나 '실천'이 없기 때문이다. '실천'을 기피하는 것은 냉엄한 경쟁논리 보다 정치논리나 대중 인기주의 논리가 앞서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두 국제기구의 충고는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기본에 충실하지 못했는가를 일깨워주고 있다. 정부는 경제회생은 물론 대외신인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구조조정이 우선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명심하고 이의 가속화에 더욱 매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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