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겉도는 과외신고제

우리는 왜 기를 쓰고 대학에 보내고 들어가려 할까. 특히 세칭 일류 대학 입학에는 왜들 그렇게도 머리를 싸매고 안달하는 걸까. 이 물음에 대답을 하지 못할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대학을 나와야 높은 소득과 사회적 지위가 보장되고, 일류 대학을 나오면 그 확률이 더욱 높아지는 게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해가 잘 되지 않는 것은 대학 입시 문제와 과외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정작 '근본적인 문제 풀기'는 늘 겉돌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학부모들이 지출한 과외비는 무려 7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과외 망국병'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으며, 사교육비를 줄이기 위한 교육정책 당국의 각종 개혁 조치들이 실효를 거두기는커녕 되레 과외를 부추기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심지어 교사들 스스로도 학생들이 학원이나 개인 과외로 이미 배웠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수업을 하는 분위기를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

지난해 4월 헌법재판소의 과외 금지 위헌 결정 이후 고액 과외를 막기 위해 지난달 9일부터 실시, 오는 7일 마감되는 개인과외 신고제가 실적이 저조하고 내용도 부실해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찰청·국세청·교육청이 합동으로 신고하지 않은 개인 교습자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할 움직임이며, 미신고 과외 교습자에게 고액 과외를 한 학생의 학부모에 대해서도 세무조사 방안이 검토되고 있는 모양이다.

7월 말까지 전국 시·도 교육청에 신고한 전국의 과외 교습자는 모두 3천431명이다. 전체가 10만여명으로 추산돼 3.4%에 지나지 않는 셈이다. 이 마저 소득이 월 30만원 이하의 '생계형 과외'가 대부분이고, 고액 과외 교습자들은 철저히 회피하는 경향이다. 면세점 이상의 소득을 올리면 내년부터 신고·납부와 국민연금 가입, 건강보험료 납부라는 '3중 부담'을 지게 되므로 '일단 단속만 피하자'는 속셈들이지 않은가.

그렇다면 '신고하면 나만 손해'라는 분위기로 실효성이 없어 보이는 이 제도가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헷갈릴 수밖에 없다. 신고 마감날을 며칠 앞두고 실적이 형편없자 부랴부랴 강경 방침을 들고 나온 꼴이지만 적지 않은 마찰과 부작용도 낳지 않을지 우려된다. 더구나 미신고를 이유로 학부모에게까지 세무조사를 하려는 발상도 문제다. 이 제도는 고액 과외 근절에 있는 만큼 학부모와 과외 교습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개선책을 마련한 뒤 단속을 하는 게 순리가 아닐는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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