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을 찾아서-청송군 현서면 이춘배씨

청송 현서면 백자마을에 들어서서 산구비를 휘어 돌면 제법 넓직한 방목장이 나온다. 염소나 사슴목장이려니 기대할만 하지만 홰를 치며 객을 맞는 것은 닭들. 나지막한 나무 정도는 쉬 날아 오르는 잽싼 품새를 보면 토종닭임을 알 수 있다.

인적 드문 두메산골에 자리잡은 닭 목장 주인은 이춘배(47)씨. 검게 그을은 얼굴이 고생깨나 한 농사꾼임을 짐작케 한다. "산에 들어온 지 한 4년 됐습니다. 그전엔 적잖은 월급 받으면서 잘나가던 제약회사 세일즈맨이었지요. 14년 다녔죠, 허허".

부인 이창희(42)씨가 옛날 고생스럽던 시절 생각이 났는지 실눈을 뜨며 거들었다. "많이 말렸지만 도무지 고집을 꺾을 수가 있어야죠. 남편 고향인 풍기에서 살려고 했으나, 대학까지 시켰더니 무슨 농사냐며 시어른들이 펄쩍 뛰어 결국 청송으로 오게 된 겁니다". 남편은 여전히 '허허'하며 너스레를 떤다.

이씨는 1997년 귀농을 생각하던 중 청송에 단풍놀이 왔다가 아예 농지 2천200여평을 구입했다. 컨테이너로 임시 거처를 만들고, 철조망 울타리를 쳐 토종닭 5천마리를 방목했다. 첫해 실패, 이듬해도 실패. 닭이 2천마리로 줄었다. 경험 부족과 판로 부재. 실패는 당연했다. 그러나 포기할 순 없는 노릇.

밤낮없이 연구에 매달렸다. 숯과 고두밥을 배합사료에 섞어 모이를 만들었다. 그리고는 클래식 음악을 틀어 닭을 키웠다. 광우병 파동 덕분에 올해 처음 재미를 봤다. 입소문 덕분에 지난 달 첫 출하를 시작한 것. 마리당 1만5천원. 부인 이씨는 요리법을 배워 대구에다 토종닭 전문점을 열었다.

"토종닭은 단백질이 풍부하고 콜레스테롤 함량이 적어 맛이 담백합니다. 성인병을 일으키는 동물성 지방도 적죠. 또 연한 살색 알은 무공해 유정란이어서 비린내가 거의 없고 성인 스태미너식으로 관심이 높습니다".

자랑을 이어 놨지만 이씨는 토종닭의 경제성이 여전히 낮은 문제 때문에 걱정이 적잖았다. '흔히 보는 토종닭'은 외래종을 개량한 것으로 4천500원이면 사지만 이씨 것은 3배나 비싸 판로 개척이 어렵다는 것.

그러면서도 이씨는 토종닭을 단순한 먹거리 이상이라고 강조했다. "방목장만 해도 관광 상품의 가치도 갖고 있습니다". 054)872-1977.

청송·김경돈기자 kd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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