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8월. 그러나 맹위를 떨치는 더위가 좀체 숙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찬물이 있다면 풍덩 뛰어 들고 싶을 뿐이다. 냉방이 잘 돼 있는 곳에서 문밖을 한 발짝만 나서면 '확' 숨이 막혀오는 불볕더위. 자칫 사무실이나 집에서 갖혀지내기 일쑤다. 게다가 쌓여만 가는 짜증과 스트레스는 몸보다 마음을 더 지치게 한다. 이럴때 피서를 겸할 수 있는 데다 가슴까지 확 트이게 해주는 운동을 하루쯤 즐겨보면 어떨까. 얼음 위를 달리는 스케이팅이나 탁 트인 강심을 물보라를 날리며 질주할 수 있는 수상스키가 요즘 피서 레포츠로 제격이다. 멀리가지 않아도 되고 모처럼의 가족나들이로는 그만이다.
▨실내 스케이팅
대구시 북구 고성동 대구실내빙상장. 실내 링크 문을 밀고 들어서면 반바지에 스타킹, 긴팔 티셔츠는 물론 아예 파카를 걸쳐 입은 사람까지 휙휙 지나간다. 실내 공기는 서늘하다 못해 입김이 서릴 정도로 한기가 가득하다. 얼음바닥에선 쉴새없이 냉기가 올라온다. 가만히 서 있으면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온몸에 소름이 돋는다.
링크 위에는 씽씽 달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한쪽 벽면을 붙들고 엉금엉금 걷는 사람들도 부지기수다. 넘어졌다 일어나곤 하는 초보자들은 바지 뒤로 얼음조각이 뚝뚝 떨어지는 줄도 모르고 함박 웃음을 짓는다.
겨울스포츠의 대명사격인 스케이팅이 피서를 겸한 여름 레포츠로 인기다. 가족단위로 또는 연인·친구끼리 더위를 쫓을 수 있는 링크장 나들이가 크게 늘고 있다고 한다.
"대구빙상장은 태릉 다음으로 빙질이 우수한데다 냉방병 걱정이 없는 완벽한 피서지로도 손색이 없다"는 빙상장 이성원 차장은 "여름철 체력관리 특히 하체단련에 그만이라 초교생은 물론 50, 60대 분들도 즐겨 찾는다"고 스케이팅 예찬론을 편다. 비용이 저렴한 것도 또 하나의 매력. 입장료와 스케이트 대여료를 포함해 4인 가족이 하루 2만원선이면 충분하다. 어른 기준 입장료 3천원, 대여료 2천500원이면 된다. 재미가 붙어 스케이트화를 구입한다면 10만원 안팎이면 살 수 있고 준비물도 긴 바지와 장갑이면 끝.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용할 수 있다.
친구 소개로 빙상장을 찾았다는 장미경(21·대구 달서구 송현동)씨는 "피서도 하고 운동도 하는 재미가 쏠쏠해 올 여름 바캉스를 대신하고 있다"며 "땀이 나더라도 금방 말라버려 너무 상쾌하다"고 신나는 표정을 짓는다.
예전 끈을 묶어 조이던 대여용 스케이트화를 신기도 편하고 발도 편한 스케이트화(롤러블레이드 방식)로 바꿔 초교생도 혼자 신을 수 있을 뿐더러 스케이팅 배우기도 휠씬 수월해졌다. 문의 대구실내빙상장 053)357-6021. 대원레포츠링크장 053)623-0004.
▨수상스키
대구시 동구 봉무동 레포츠공원 단산지. "부탁합니다. OK". 출발신호와 함께 하얀 물보라가 수면에 분수처럼 부서진다. 곧이어 약간 뒤뚱대던 스키어가 몸의 중심을 잡는가 싶더니 물살의 저항을 뿌리치고 탄력을 받기 시작한다. 그러나 모터보트가 속도를 올리려는 순간, 물속으로 튕겨 넘어진다. 멋쩍은 표정도 잠시. 스키보드를 바로 잡고 다시 스타트, 기세좋게 물위로 솟구친다. 이번엔 제법 멋진 포즈까지 여유를 보이며 단산지를 2바퀴 휭하니 돌아온다. 선착장에서 동우회 회원들과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박수를 보낸다.
수상스키를 시작한 지 막 3주째라는 정완석(28·대구 동구 신암4동)씨는 "물위를 달리는 기분, 한마디로 끝내주죠. 안타본 사람은 이런 쾌감 모를 겁니다"라며 한껏 목소리를 높인다. 스피드와 스릴, 거기다 모터보트에 연결된 한가닥 로프에 자신을 내맡겨야 하는 상큼하긴 하지만 일말의 불안감…. 온몸으로 물보라를 감당해 내야하는 '물위의 곡예'는 바로 짜릿함의 연속이라는 것이다.
여름 레포츠의 꽃 수상스키가 스키어들의 도전을 유혹한다. 정작 먼발치에서 보기만 해도 후련함을 더해 주는 수상스키가 최근엔 직접 해보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대구수상월드 조관호 대표는 "수상스키는 균형감각 유지를 위해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신경이 곤두서는 전신운동"이라며 "기본·수중적응 훈련 등 빠른 분들은 단 몇 시간만에 물위를 가르는 경우도 많다"고 귀띔한다.
수상스키는 스타트하는 법만 익히면 절반은 마스터 한 셈. 그만큼 스타트가 어렵다. 초보자일 경우 물에 대한 두려움과 일단 성공했다 하더라도 그 이후 보트에 끌려다녀야 할 아득함 등이 지레 부담이 돼 첫 동작이 제대로 안된다는 설명이다.그러나 넘어져도 다치지 않는 물위이고 설사 물에 빠졌다 해도 구명조끼가 있으니 강사들의 기본 교육만 충실히 받으면 안전사고 위험도 거의 없다고 한다. 다만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 흠이라면 흠. 첫날 교육비 5만원. 숙련자 1회 이용 1만6천원. 문의 대구수상월드 053)983-1472. 대구동촌수상스키장 053)952-3333
노진규기자 jgroh@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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