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을 찾아서-야생머루 2t수학 거뜬

◇안동 머루농사꾼 박상규씨

"일월산에서 꺾어다 심은 머루나무가 이제 어른 팔뚝만큼 굵어졌습니다. 올해는 2t가량은 무난히 생산할 수 있을 겁니다". 임하면 내앞(천전리)의 박(53)씨에겐 탐스럽게 영그는 머루 송이 보는 재미에 삼복 더위도 별로다.영양읍 서부리에서 돼지를 키우다 파동을 만나 1978년 본의 아니게 고향을 등져야 했던 그는 대구에서 택시 운전을 하다 1989년 안동으로 귀농했다. 10여년간도시에 살면서도 농촌이 그리워 가나안 농군학교에 다니며 귀농을 준비한 결과였다.

반변천 가운데에 있는 그의 농장은 귀농 당시엔 황무지와 다름 없었다. 자갈을 주워 내고 퇴비를 넣고, 가르쳐 준 사람 없었지만 스스로 유기농법을 10여년이나 계속했다. 그래서 모습을 드러낸 것이 그의 무공해 옥토.

"자갈을 주워 내느라 손바닥 지문이 다 닳았지만 목장갑 한켤레 살 형편이 못됐지요. 하지만 힘들어도 마음은 편하데요. 빠듯하고 각박한 도시 생활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처음 3년간은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호롱불 신세를 졌다고 했다.

박씨의 농장에는 머루 외에도 딸기.앵두.배.대추.살구.호도.밤.감.자두 등 과일나무는 없는 게 없을 정도. 참깨.홍화.땅콩.고추.두릅 등 밭작물도10여 가지나 된다.귀농 후 매년 조금씩 넓힌 야생 머루나무 밭이 이제 1천500여평. 그리고 이제 본격적인 수확 시기가 됐다. 올해는 토종 다래 나무도 심고 부인이 집에서기른 토종닭으로 만드는 닭백숙 식당 간판도 걸었다. 손수 담근 머루주는 이 식당에서만 대접 받을 수 있는 진품.

"두 아들 대학 등록금을 대 주는 머루나무가 고마울 뿐입니다". kg당 5천원을 호가하는 산머루가 매년 9월 초면 어김없이 1천만원은 벌어다 준다며활짝 웃었다. 054)822-0160.

안동.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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