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사를 찾는 동물들

산새.산토끼.멧돼지 등이 경남 함양의 지리산 칠선계곡 ㅂ사에 찾아 들어 선계(禪界)의 향내음과 목탁소리를 스님과 함께 즐기고 있다.

ㅂ주지스님에 따르면 먼저 10여년 전부터 새들이 차 마시는 스님네 방 안에까지 들어 와 다식(茶食)을 얻어 먹곤 하고 있다. 다음 나타난 것은 산토끼로, 지난 봄에 첫모습을 보이더니 새벽 도량석 때마다 스님 뒤를 졸졸 따라 다니느라 귀염을 독차지했다.

그러나 토끼는 한달 전쯤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대신 60kg정도 나갈 듯한 멧돼지가 대신 모습을 드러냈다. 막 잇빨이 날 나이인 이 숫놈은 지금 스님들의 저녁 공양시간(오후 4시50분)에 맞춰 함께 식사를 대접 받고 있다.

주지스님은 "처음에는 절 주변 대나무밭 죽순을 먹더니 그게 떨어지자 쓰레기장을 뒤져 공양주가 밥찌꺼기 등을 담아 주기 시작해 이젠 버릇이 된 것 같다"고 했다.

이제는 사람과 친해져 '식사'가 끝나면 세숫대야를 절 쪽으로 입으로 밀어 내 놓거나, 새벽엔 선방 근처까지 자기 집인양 느긋하게 돌아 다니다가 갈 정도 됐다. 멧돼지와 제일 친한 공양주는 인접 법당 이름을 따 이름까지 '지장이'라고 붙였으며, "지장아 밥 먹어라" "지장아 내려 와" 하면 알아 듣고 밥을 먹으러 오거나 가까이 다가 온다는 것.

이 절을 자주 찾는다는 대구의 권화순(56.황금동)씨는 "사진을 찍으려니까 깜짝 놀라 도망 가다가도 공양주가 괜찮다고 달래니 안정하더라"며 신기해 했다. 주지 스님은 "떼지어 다니는 습성이 있지만 이 멧돼지는 어릴 때 가족으로부터 떨어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격적이지도 않고 가지.고추 등 주변에 적잖은 밭은 파헤치지 않는다고 했다.

함양.조기원기자 cho1954@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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