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숙자(55)씨, 그의 눈은 전의(戰意)로 불타고 얼굴엔 차가움이 감돈다. 유난히 큰 목소리는 '내 말 똑똑히 들어'하고 고함치는 것 같다. 그런 그에게서 여성의 부드러움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그에게도 수줍고 겁 많은 소녀 시절이 분명히 있었다. 그러나 차갑고 모진 세파를 견디며 사는 동안 그렇게 변하고 말았다.
천씨는 작은 기업(삼보물산)의 사장이다. 지난 86년 부도로 기울어가던 남편의 덤프 트럭 등 제조 회사를 떠맡은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부도로 용기를 잃은 남편은 다시는 사업에 뛰어들 엄두를 내지 못했다.
어린 5남매의 엄마로 기업을 운영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초기에는 사방에 흩어졌던 어음을 수거하는 일로 세월을 보내야 했다. 게다가 거래인들은 그를 사업가가 아닌 아이 키우는 아줌마로 대했다. 그렇다고 남자 사업가들과 어울려 술을 마실 수도 없었다. '로비'는 꿈도 꾸지 못할 형편이었다.
그러나 천씨는 '왜 나를 남자 사업가와 똑같이 대접하지 않는가' 하고 불평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상대적 약자임을 인정했다. 그리고 5남매의 엄마라는 현실적 걸림돌도 받아들였다.
경영에 나선 천씨는 우선 사업체 규모를 줄이고 외주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하 공간이 널찍한 집을 구해 지하에 공장을 차렸고 위에는 살림집을 차렸다. 사업도, 가족도 포기하지 않겠다는 포석이었다. 그러나 그것으로는 부족했다. 거래인들에게 그는 여전히 아이 키우는 아줌마였고 사업은 좀처럼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했다사회적 약자인 천씨가 택한 싸움방식은 발명이었다. 똑같은 제품으로 인맥관리에 능한 남자들을 이길 수 없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는 몇 년 동안 철판 자르기와 조립을 반복한 끝에 92년 결국 중기등(燈) 실용신안을 얻었다. 실용신안을 얻게 되자 별다른 로비가 필요 없었다. 인맥이 없어도, 로비를 펼치지 않아도 그의 제품은 잘 팔렸다. 주변 사업가들의 시기와 집요한 방해도 있었지만 기술은 만병통치약이었다. 거기에다 살림집 아래 공장을 차린 덕분에 아이들도 잘 건사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치매 노인을 위한 기능성 바지를 발명해 특허를 받았다. 새로운 무기로 무장한 그의 사업은 적어도 10년 간은 탄탄대로를 걷게 된 셈이다. 지금까지 천씨는 실용신안 11개, 의장등록 2개, 특허 1개를 획득했다.
"눈물만 징징 짜고 있다고 뭐가 달라지나요. 우리나라 여성들은 강해져야 해요. 애가 주렁주렁 달리면 어떻고 남편이 좀 어설프면 어때요. 생계 책임은 남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잖아요. 남자든 여자든 어차피 살아야 하는데…". 천숙자 사장의 얼굴이 유난히 전의로 불타는 이유를 그제야 알 것 같았다.
천 사장은 전선으로 떠나는 여성들을 향해 충고를 덧붙였다.
"약한 여자가 맨몸으로 싸움터에 나서면 지죠. 스스로 무장할 줄 알아야 해요. 또 걸핏하면 노래방, 술집으로 나서는데 그러면 가정이 무너져요". 천 사장은 부모가 책임을 다 하면 아이들은 곁눈질을 하지 않는 법이라고 말했다.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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