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혼자 시간을 견디며 서 있었던 것이다아버지 뒷산으로 가 눕고

일곱 자식 세상으로 길러낸 집의 뼈대들

하나 둘 허물어지는

흙담이 내려앉고 외양간이 무너지고 오래된

제비집이 툇마루에 흙과 떨어져 쌓이는

텅 빈 집,

모시고 간다간다 하던 아버지 제사

빈 고향집에서 지낸다

큰방 아랫방 아궁이에 군불 들어가는 소리

타다탁 그러다 굴뚝 위로 연기 솟아오르고

무너진 담벼락 위로 아버지 산소가 있는

뒷산에서 빈집으로 바람이 들어온다

-이종암 '빈집'

지금도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그야말로 비바람 속에서 혼자 시간을 견디는 빈집이 수두룩 하다. 이 빈집에서 난 일곱 자식들은 모두 도시로 나갔다. 아버지의 혼령만 차마 못떠나고 빈집 주변을 떠돌고 있다.

이 시는 도시화, 자본주의화 된 현실의 반대편을 그리고 있다. 이것도 시인에게는 자본주의에 대한 저항이다. 폐허가 된 농촌현실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것은 일제 식민지시대 잃어버린 모국어에 집중한 선배시인의 시적 전략을 되새기는 일이기도 하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조국을 향해 반박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경심 기소에 대해 논의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
LG에너지솔루션의 포드와의 대형 전기차 배터리 계약 해지가 이차전지 업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
방송인 유재석은 조세호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하차한 사실을 알리며 아쉬움을 표했으며, 조세호는 조직폭력배와의 친분 의혹으로 두 프로그램...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