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대 여성들의 배우자 선호 형태가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자신보다 나은 학벌과 경제력을 지닌 남성이 훌륭한 배우자로 꼽히는 건 당연했다. 그러나 요즘은 자신을 뒷바라지해 줄 수 있는 '외조형 남편'을 선호하는 추세다. 이런 분위기는 20대 여성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극단적인 예이긴 하지만 올 들어 이혼 전력이 있는 한 여의사는 집안 일을 잘 도와 주는 초혼의 중학교 교사와 재혼했으며, 한 여교사는 아직 직업이 없는 중학교 제자와 결혼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놓고 예전엔 여성들이 결혼을 통해 사회적 신분 상승 기회를 노렸으나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높은 지위로 진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의식도 달라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지구촌엔 여성이 대통령직에 오르고, 남성이 외조하는 경우마저 늘고 있다. 필리핀의 글로리아 마카파갈 아로요와 인도네시아의 메가와티 수카르노푸트리가 그 대표적인 경우다.
▲그런데 아로요와 메가와티는 판에 박은 듯 빼닮은 데가 많다는 점이 흥미롭다. 54세의 동갑내기에다 대통령의 딸이라는 정치적 배경과 부통령을 지낸 경력, 전임 대통령이 임기 도중 부패에 연루돼 밀려나고 그 직을 승계한 집권 과정도 비슷하다. 게다가 최근에는 부패 의혹에 휩싸인 '닮은 꼴' 퍼스트 젠틀맨들 탓에 속을 썩이고 있으며, 이 문제가 정치적 발목을 잡는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아로요의 남편인 호세 미구엘 아로요 변호사는 한 통신회사에서 5천만 페소(13억여원)의 뇌물을 받았다는 의혹 때문에 곤경에 빠졌다. 메가와티의 남편 타우픽 키마스도 아내가 부통령 시절부터 몇 차례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조사를 받았던 인물로 고속도로.철도 건설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아로요와 메가와티는 모두 전임 대통령의 부패 혐의에 힘입어 현직에 오른 만큼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게 됐다.
▲아로요는 의회의 조사 방침에 그 사실을 강하게 부정하면서도 협조할 것이라며 사태가 가라앉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한다. 반면 남편의 정치감각 덕분에 대통령에 오를 수 있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듯 메가와티는 아직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들은 남편들 때문에 발목이 잡혀 곤욕을 치르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요즘 여성들이 '외조형 남편'을 선호하는 까닭을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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