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감전사 유감

지난달 수도권의 수해시 스무 명에 가까운 생명이 희생된 전신주의 감전사는 참으로 애석하고도 어처구니없는 사고였다. 관련 공무원이 인터뷰에서 '평상시 물이 거기까지 찰 줄 상상이나 했겠는가' 하고 오히려 큰 소리로 반문했다. 거론된 책임문제도 흐지부지 되었다.

사실 우리 사회의 통념상 비 때문에 서울시내 대로에 서 있는 전신주의 밑동까지 물이 찬다는 것은 상상을 초월한 상황이었을 것이므로, 대부분이 그말에 수긍했을 것이다. 결국 시간당 100mm가 넘게 온 폭우의 탓으로 책임을 돌릴 수밖에 없는데, 이것은 앞으로 같은 일이 되풀이되더라도 속수무책으로 누군가가운이 나쁘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만일 이러한 사고가 다른 선진국에서 일어났다면 분명히 책임질 사람이 나타났을 것이고, 거기에 합당한 처벌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편으로 피해자 가족측은 정부를 상대로 배상청구소송을 했을 테고, 그 경우 법원은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금액의 지급을 명하는 판결을 선고하였을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평상시 재해나 사고에 대한 인식과 책임의 범위가 다르기 때문이다. 책임의 범위를 설정함에 있어서, 선진국에서는 있을수 있는 유사시의 모든 경우를 상정하고 각 경우마다 관련자의 책임범위를 명확히 하는 반면, 우리는 그렇지가 않다.

앞으로 이와 같은 사고나 재해가 어디 전신주에서만 일어나겠는가. 언제 어디에서 어떠한 형태로 일어날 지 예측하기 힘든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한번의 쓰라린 경험을 거울삼아 다시는 유사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도록, 구호만이 아닌 실질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본다. 그러자면 우리도 재해나사고를 광범위하게 예측하고 관련자들의 책임범위를 명확히 하는 한편, 평소 '설마' 하면서 '대충' 살아가는 생활태도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예전과는 달리 많은 인구가 더불어 살아가는 만큼, 너그럽게만 봐 주는 온정주의적 사고를 벗어나서 책임소재와 범위, 그리고 책임추궁을 분명히 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대구시 국제관계자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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