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종합데스크-서두칠 사장 왜 떠났는가

"내가 한국전기초자 사장에 취임하면서 '가장 늦게 입선해 가장 먼저 떠날 사람'이라고 말 한 것은 내가 사장으로 있는 한 감원은 절대 없다는 당시 소신을 밝힌것인데 우연케도 이 문제로 내가 제일 먼저 회사를 떠날 줄은 몰랐습니다".

기적을 만들어 놓고도 굳이 기적이라 말하고 싶지 않다던 사람, 감원 없이 구조조정 효과를 거두는 이색 구조조정 모델을 개발, '구조조정 전도사'로통했던 한국전기초자 서두칠 (62)전 사장.회생불능의 퇴출1호 기업을 3년반만에 동종업계 수익률 세계1위로 반석위에 올려놓고 구미에서 세금 제일 많이 내는 기업이라고 호언했던 서사장이 왜 그렇게빨리 한국전기초자를 떠났는가.

'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저자로서 더 잘 알려진 서 사장이 재계 인사들의 갈채 속에 출판기념회를 연지 불과 3개월만에 경질되고 보니 그 퇴임배경을 두고 항간의 추측이 난무할 수밖에.

한국 CEO의 자존심

'더 좋은 자리로 가기 위한 자퇴일 것이다', '너무 튀는데 대한 지배주주의 견제다', '시대에 뒤쳐진 경영수법으로 도퇴된 것이다', '갑자기 너무 뜬것이 화근일게다에서 심지어 또 다시 기용될 것이다' 등등.이같은 소문에 대해 정작 서 사장 자신은 덤덤하다는 표정속에 굳이 한마다로 대답할라치면 한국인 CEO로서 자존심을 지키고 싶었다고 했다.한국전기초자의 최대 주주인 일본 아사히 글라스(주식 50%+1주)와 서사장이 각자 독자적인 경영전략을 두고 껄끄러운 암투가 시작된 것은 지난해 11월. 연간 수백억원의 흑자를 낸 서사장에게 아사히 측은 세계시장 위축전망 등을 내세워 가격 인상등 생산라인, 인원감축 등을 요구, 사업 및 인원축소는 절대 불가라는서사장의 경영철학에 정면으로 제동을 걸었다.

몇차례나 일본에 불려 다니며 반으름장 반회유를 통한 아사히식 경영요구를 끝내 거절했던 서사장은 시비가 시작된지 7개월만인 지난달 초 '서두칠 사장의 사임의사를 수용하겠습니다'라는 아사히측 쪽지 한장을 받고 자연인으로 돌아섰다.빛 바랜 대형 현수막(서사장의 이름 두칠 때문에 77m로 제작)을 한번 쳐다보고 44개월 전 입사때 처럼 빈손으로 회사문을 나선 서사장은 불과 얼마전까지 자신을'기적창조자'라고 부르던 아사히 사장으로부터 사임요구까지 받을 줄이야 상상도 못했다고.

서사장은 아사히 측 경영변화 요구를 수용한다면 결국에는 자신이 일본 아사히 한국현지공장장으로 전락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비록 자리는 잃었지만 한국인 CEO 기질을 유감없이 보여줘 미련은 없다고 했다.

이번 사태를 치르면서 "외자에도 품질이 있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는 서사장은 외자를 평가할 때 그 투자기업의 경영마인드까지 챙겨야 한다고 조심스레 지적했다. 최대주주라 해도 일단 회사경영을 맡겼다면 그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물으면 그만이지 성장일도에 있는 회사의 발목을 잡는 경영권 침해를해선 안된다는 것.

외자에도 품질 있다

최근 한국의 경제사정이 말이 아니다. 낙동강 기적을 일궈낸 효자 공단, 구미공단만 보더라도 창단 30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99년 6월90%에 육박하던 입주업체 가동률이 2년이 지난 현재 80.9%로, 80% 마저 위협을 받는 등 경제지표가 일제히 추락하고 있다. 여기에다 회복기대를 걸만한 근거도 희박해 97년 말 IMF 직후 존폐기로에 놓였던 한국전기초자 처럼 탁월한 CEO의 출현만을 소망하는 기업이 속출할 조짐이다.서사장은 퇴임후 더 바빠졌다고 한다.

전문경영인으로 모시겠다는 기업이 적지 않은가 하면 경향 각지에서 특강요구까지 쇄도하고 있는 모양이다.

한국전기초자 같은 기적은 누구든지 노력여하에 따라 만들수 있다며 서사장은 당분간 공부하는 CEO로 남아 더 큰 전문 경영인이 되고 싶다고 한다.사양기업은 있어도 사양산업은 없다고 말하는 서사장은 일류 CEO는 사양·침체라는 사치스런 말을 몰라야 한다고 강변한다.'우리는 기적이라 말하지 않는다'는 책자가 발간 5개월만에 6만부 이상 판매됐다.

서사장은 이 책은 한국전기초자 직원들과 공동저작이라며 판매 수익금은 전액 직원복지금으로 쓰게했다.

서사장은 77일간의 파업, 7월7일 퇴임, 77m짜리 현수막 자기 이름과 유난스레 인연이 많았던 한국전기초자에 44개월간 바친 열정은 쉬 식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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