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진제, 절전효과 없다

전기요금 누진제를 두고 요즘 말들이 많다.

지난 11월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가정용 전기요금제는 에어컨 보급 확산 및 컴퓨터 사용인구 급증, 전기.전자제품 대형화 등 국민 생활패턴 변화상을 제대로 반영치 않은 것으로서 중산층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것.

누진율이 적용되기 시작하는 월 300kWh라는 기준 역시 도시 중산층 시민의 전기사용량을 고려치 않은 채 지나치게 낮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현행 요금제를 보면 산업경쟁력 제고와 농민 보호를 위해 산업용 및 농사용 전기에는 원가에 못미치는 요금을 적용하는 대신 고가의 가정용 및 일반용 요금으로 이에 따른 손실분을 보전하는 형태로 되어 있다.

그러나 전체 전기 소비 가운데 가정용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이 10.8%(지난해 현재)에 불과한 상황에서 가정용 전기를 주타깃으로 한 당국의 전기소비 억제정책이 과연 얼마만큼의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을 나타내는 이들도 없지 않다.

또 7단계에 걸쳐 최고 18.5배까지 증가하도록 되어 있는 누진율도 지나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본과 대만의 경우 누진율은 3단계에 걸쳐 1.5배에 불과해 우리나라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산업자원부와 한전으로서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산자부는 "요금이 가파르게 오르기 시작하는 월 300kWh 이상 전력을 사용하는 가구는 전체의 8%밖에 안되기 때문에 대다수 서민들은 전기료 인하 혜택을 보고 있다"고 밝힌바 있다.

한전측도 "지난해 7월 350kWh를 쓰던 가정에서 올해 7월 같은 양을 썼다면 전기료가 5만6천850원에서 6만340원으로 3천480원(6.12%) 정도 밖에 안 오르는데도 누진제로 인해 올들어서 요금이 엄청나게 높아졌다는 오해를 받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에어컨을 쓰는 보통 가정이 지난해 여름보다 추가되는 부담은 웬만해서는 2만원을 넘기 어렵다는 것이다.

에너지 절약 정책에 이견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한전 홈페이지 게시판과 각 지점에 폭주하고 있는 민원 가운데에는 서민형 불만이 대부분을 이루고 있다. 한전 직원 가운데서도 현행 요금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적지 않으며 시민단체들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논란이 거세지자 산자부는 누진제 연구 용역을 토대로 올해 안으로 문제점을 파악, 조정 여부를 결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용 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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