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견공의 빈부격차

파리는 개들의 천국이라 할만큼 프랑스인들은 거의 광적으로 개에 대한 애정이 깊다. 그래서 파리 애완견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특권을 누리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80년대 우리관광객이 '보신탕통조림'으로 착각하고 사왔다는 '개먹이'사업이 번창하고 개미용실에선 모양내기에서 스트레스까지 해소시켜줄 정도로 특별서비스를 받는다. 특히 파리의 개똥은 유명하다. 아침 산책길에 개가 변을 보면 그곳이 대로이든 어디든 상관없이 주인은 볼일을 다볼때까지 기다려 준다. 차들도 비켜가거나 아예 멈춰서서 기다려주는 경우도 있을 정도이다. 그래서 파리관광가이드들은 개똥을 조심하라고 당부한다. 노란헬멧을 쓰고 오토바이 비슷한 차를 몰면서 파리시내 개똥만 전문적으로 치우고 먹고사는 직업도 있다. 이들이 파업을 하는 날이면 파리시내는 개똥천지가 된다고 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보신탕을 먹는 한국인에게 프랑스인들은 적대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아직 일부이긴하지만 파리못잖게 개팔자가 늘어질 시설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휴가철을 맞아 이들을 특별관리하는 개호텔이 서울에서 성황을 이루고 있단다. 침대.온돌방이 있고 냉난방은 물론 음향시설까지 갖춘 특급호텔은 고객이 폭주해 1주일전에 예약을 해야할 판이라고 한다. 하루 숙박요금이 2만원에서 4만원인 이 호텔에 묵는 개들은 아침산책후엔 조용한 클래식 음악이나 발라드풍의 가요를 즐기고 1만원짜리 목욕도 즐긴다.

▲거기다 비만을 우려해 철저한 다이어트식품으로 짜여진 식단까지 마련된다고 한다. '민박'도 있다. 개주인의 가정과 비슷한 환경에서 쉴 수 있게 한다는 취지라 갈수록 이용객들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일본에선 한 완구업체가 개짖는 소리를 전자장치를 통해 개들의 감정(느낌)을 통역해주는 '바우링궐'이란 장치를 개발했다고 한다. 13만원정도의 가격인 이 장치는 신용카드 크기로 개목에 걸어두면 약 200가지의 의사표시를 통역한다니 멀잖아 개들과의 대화도 가능해질 시대가 온 것이다.

▲개들의 신세도 이쯤되면 사람 이상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삼복에 보신탕으로 사육되는 개팔자와는 가히 지옥과 천당이라 할만큼 그 빈부격차가 심해지고 있는 셈이다. 이쯤되면 견공(犬公)들도 프랑스 이민의사까지 호소하는 시대가 오지말란법도 없다. 문제는 '제2의 IMF'가 시작되면서 이 개들보다 못한 사람들이 더 많아졌고 빈부격차는 더욱 극심해 졌지만 그걸 해결할 우리 정치판이 엉망진창인 것을 '개판'이라고 하면 이젠 정확한 표현이 못된다는 사실이다. 그럼 뭐라고 해야 하나?

박창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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