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업현장, 주5일근무제로 술렁

정부가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추진하자 경북지역 노사가 술렁이고 있다. 포항.경주.구미 등 주요 공단에선 연중 무휴 교대 근무가 일반적인 근로 형태여서, 5일 근무는 휴일 증가가 아니라 휴일로 잡힌 시간만큼 임금을 더 받는 것으로 연결될 것이기 때문.

따라서 지역 노사 관심도 실제 임금이 늘어나는 쪽으로 주5일제가 도입될 것인지 여부로 모아지고 있다.

◇경북의 특수성 = 노사 양측 모두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변화와 갈등'이 가장 심각할 지역 중 하나로 경북을 꼽고 있다. 공공.서비스업 등 3차산업 비중이 미미한 반면 포항의 철강, 구미의 전자, 경주의 자동차 부품 등 무휴 업종이 주력이기 때문.

포항공단 한 업체 노무담당 임원은 "제조업에선 하루 10시간 근무가 기본인 등 실제 근로시간과 제도적 근로시간(주 44시간) 사이에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큰 곳이 우리나라"라고 했다.

이런 상황에서 주5일제 실시된다는 것은 현재 주당 44시간으로 돼 있는 임금 기산 근로시간 기준을 40시간으로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40시간을 넘는 근로에 대해서는 본래 시간당 임금의 150%(현재 기준)를 추가로 받게 되는 것이다.

현재 있는 조건을 전혀 손상하지 않는 조건에서 주5일제가 도입될 경우, 포항지역 모 업체의 10년차 생산직 근로자 임금은 연장근로 증가 덕분에 연간 300만원 가량 늘어날 것으로 조사됐다.

◇관심의 초점은 규정 변경 = 만약 월급만 늘어난다면 근로자들로서야 5일제 근무를 두 손 들고 환영할 것은 당연한 일. 반면 기업주들은 "그런 식이라면 5일제 근무를 받아 들일 수 없다"고 버틸 것도 뻔한 이치이다. 대한상의는 그랬다가는 국제 경쟁력을 상실해 큰 일 날 것이라는 자료를 배포해 신문들에 잇따라 보도된 바도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문제는 이제 기존 조건들을 어떻게 축소해 늘어나는 휴일만큼 상쇄하거나 맞춰 나가느냐로 모이고 있다. 늘어나는 만큼 줄여서 맞추자는 쪽에서는 기존의 법정 휴가일 축소, 경조.생리 휴가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규정 시간을 넘긴 노동에 대해서 주던 연장근로 가중치(50%)를 25%로 낮추자는 주장도 마찬가지.

◇노사의 입장 = 이미 부과된 휴가, 연장근로 가중치 등은 바꿀 수 없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을 것은 당연한 이치이다. 민주노총 포항협의회 관계자는 "어차피 무휴 교대근무 체제이니 휴일이 더 늘어날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그렇다면 소득이라도 늘 수 있도록 방향이 잡혀야 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포항공단 한 업체 노무담당 임원은 "기존 보장들을 축소하지 않고는 주5일제 도입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연장근로 임금 가중치를 낮추고, 법정 휴가일수를 줄여야 가능하다는 것. 나아가 기업체들은 우리 경제나 수출의 여건이 최악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까딱하면 국제 경쟁력을 잃어 정말 노사가 공멸하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정부는 왜 서두를까? = 사업주들도 정부가 작년 합의를 스스로 어겨가며 느닷없이 주5일제 조기 도입을 들고 나온 것은 내년 선거를 의식했기 때문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작년에 노사정 위원회는 "각 업종의 특수성에 맞춰 단계적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해 나가자"고 합의했었다. 포항공단 한 업체 대표는 "정부가 마치 조갈증 환자처럼 서두르고 있다"고 이상해 했다.

지역 노동계 한 인사도 "정치적 계산에 의한 일방적 시행은 갈등만 조장, 우리 경제를 더 큰 위기로 몰아 갈 것"이라고 했다.

만약 휴일을 늘리되 기존 보장분을 줄여서 결국은 같게 만들겠다는 것이 정부 속셈이라면, 주5일 근무는 공무원.교원 등에게나 이익될 뿐 공장 근로자들에겐 하등 득될 게 없을 것임은 자명하다는 것. 그렇다면 주5일제 도입은 괜히 평지풍파나 일으키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라고 했다.

실제 정부는 주5일제 도입 대신 기존 월차.생리 휴가를 없애고 연차 수당 및 연장·휴일 수당의 가중치는 낮추는 쪽으로 안을 짜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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