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람을 찾아서-광복시절 자서전 낸 이홍우옹

"두만강 푸른 물에 노 젓는 뱃사공, 흘러간 그 세월이…".청도의 이홍우(80·화양읍 송북리) 할아버지는 광복절만 다가오면 회령의 두만강을 잊을 수 없어 '눈물 젖은 두만강'을 듣는다. 그의 젊음이 그 북쪽의 만주에 있었던 인연 때문.

19세 때 하얼빈으로 가 결혼까지 해 5년간 살다가 광복됐을 때 처가 식구 등 10여명과 함께 청도 고향으로 돌아 왔다. 그 되돌리던 발길이 지금도 아련하다. 하얼빈에서 출발해 용정에 도착하는 데 무려 25일이나 걸렸고, 120리 산길을 걸었다. 걸린 날짜는 총 50여일.

회령의 두만강 가에 도착하고서야 한숨 돌리고 손발을 씻었다. "두만강 물로 손발 씻을 때의 그 느낌은 평생 잊혀지지 않았습니다. 그 외엔 연고가 없지만 죽기 전에 꼭 그 지점에 다시 한번 가 보는 것이 소원이 됐습니다".

할아버지는 이런 자신의 인생 역정을 후손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최근 72쪽 두께의 자서전을 만들어 50여명 후손들에게 한권씩 나눠 줬다. "일제와 광복 당시를 체험한 사람이 이제 얼마 안남았을 것이니 제 개인의 체험이라도 기록해 남겨야 될 것 같았지요". 차라리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기록했다고 했다.

두만강을 건너서 헤어졌던 처가 식구들과는 그것으로 영원한 이별이 됐다. 그쪽은 황해도 안악 고향으로 돌아갔고 이어 남북이 갈렸기 때문이다.

청도·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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