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초원에 이는 변화 몽골을 간다(6)-가나안 선교농장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몽골 대초원에 펼쳐진 330만평의 농장. 울란바토르에서 서쪽으로 4시간 걸리는 에르덴산트 솜에 위치한 가나안 선교농장.

이 척박한 땅을 농장으로 '변신'시킨 주인공은 이준화(노벨토·50)신부. 그는 몽골에 선교를 위해 발을 디딘 한국인 최초의 신부이다. 그는 98년부터 인근 주민들을 동참시켜 이 농장을 일궜다.

현재 50여명의 몽골인들이 이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99년 첫해에는 감자와 밀을 재배했지만 혹독한 날씨 등으로 실패했다. 지난해에는 감자 200t과 시험재배한 50t정도의 밀을 수확하는데 성공했다.

이 신부가 이 농장의 문을 연데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시골에서 일자리가 없이 무위도식하는 몽골인들에게 일정한 임금을 주는 시스템 도입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 몽골의 농업 기반이 무너져 내린 현실을 감안, 이 농장을 시범 농장으로 승화시키겠다는 것이 이 신부의 구상. 즉,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빠른 속도로 옮겨가고 있는 몽골의 농촌 사회에 이 농장을 통해 목적 의식을 갖고 살아가는 몽골의 농민상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신부는 "날씨가 너무 춥고, 강수량이 너무 적어 파종 시기를 놓치는 등 어려운 점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면서 "다만 한국의 후원자들이 이 농장을 운영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어 큰 위안이 된다"고 말했다.

농장 경영에 동참하고 있는 이기찬(시몬·46)씨는 "신부님은 수확한 감자와 밀을 울란바토르에 있는 고아원 등에 무료로 나눠 주고 있다"고 전했다. 이 신부가 대초원에 몽골인들을 위한 먹을거리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면 울란바토르 바양호쇼구에서 '몬테소리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젬마(41) 수녀는 교육을 위한 파종에 나섰다.

이 지역은 울란바토르의 빈민가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도시화 등의 영향으로 결손가정이 많은 곳이다.

김 수녀는 지난 99년 7월31일 이 어린이집의 문을 열었다.

주로 5~7세의 취학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유치원 교육을 시키고 있다. 김 수녀는 "겔 안에서 신발을 신은 채 생활하는 습관을 가진 어린이들에게 어린이집에서 신발을 벗도록 교육시키는데 2년이 걸렸다"는 말로 양국간 문화 격차를 설명했다. 4개의 교실을 갖춘 이 어린이집의 시설은 한국의 웬만한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 시설을 능가할 정도이다.

김 수녀가 어린이집을 경영하면서 느끼는 어려운 점 하나는 아직도 고쳐지지 않고 있는 몽골 공무원들의 사회주의적 발상. 한국에서 후원자들이 우편으로 보내주는 학용품 ·장난감 등에 높은 관세를 매기는 것이 대표적 사례. 한때 김 수녀는 이 물건을 찾아가지 않은채 "다 가져도 좋다는 식으로 항의했더니 우체국 직원들이 직접 이 물건들을 운반해 준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문턱을 막 밟은 몽골에서 어린이들이 어린이답게 성장할 수 있도록 자유스런 교육 분위기를 만드는데 힘을 쏟고 있다"며 "어린이들이 조금씩 변화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고 피력했다.

김 수녀는 이 곳에 오기 전인 지난 96년부터 99년까지 3년 동안 소록도에서 나환자들을 위해 봉사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울반바토르서 글=최봉진기자

사진=강선배기자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조국을 향해 반박하며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정경심 기소에 대해 논의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면 ...
LG에너지솔루션의 포드와의 대형 전기차 배터리 계약 해지가 이차전지 업종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주요 기업들의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
방송인 유재석은 조세호가 '유 퀴즈 온 더 블록'에서 하차한 사실을 알리며 아쉬움을 표했으며, 조세호는 조직폭력배와의 친분 의혹으로 두 프로그램...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