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허술한 택지개발-입지선정 잘못...예산 낭비

영덕 강구에서 해안도로를 따라 조금 가다보면 금진리 마을 뒷산에는 마치 교도소 담벽같은 옹벽이 있다.

마을 경관을 송두리째 망쳐버렸다해도 과언이 아닌 이 옹벽은 영덕군이 택지개발을 하면서 마사토 등의 슬라이딩 방지를 위해 설치한 것.마을을 보기 흉할 정도로 만들면서까지 강행한 이 사업은 그러나 지금 영덕군으로서는 애물단지다. 90년 착공, 94년 준공한 5만1천800㎡의 택지지구는 2만1천700㎡를 분양계획했으나 7년이 지난 지금까지 고작 6천900㎡(6억8천만원)만이 분양됐다.때문에 30여억원을 투자한 이 사업은 24여억원의 적자 상태로, 가뜩이나 열악하기 그지없는 영덕군 살림을 더욱 옥죄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한창 좋을때 시공, 분양을 시작했고 바다를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곳임에도 이같이 분양이 저조한 가장 큰 원인은 위치 부적정. 가파른 마을 뒷산을 현장으로 하다보니 절토부분이 미끌어지지 않도록 옹벽을 쌓았고, 그 결과 편안한 개념의 택지로서의 기능을 기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또 완벽하게 시공했다고는 하나 언제 슬라이딩 현상이 생길지 몰라 불안하다는 점도 미분양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주민들은"그 좋던 마을 경관을 이 사업 하나가 망쳤다"며"해안변에 큰 사업비를 투자하지 않고도 택지를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이 엄청남에도 왜 그곳에 그같은 사업을 벌였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농업기반공사 포항지부가 역점 사업으로 추진한 송라면 상송리 전원주택단지도 위치 부적정 등으로 인해 준공 1년이 지나도록 27% 밖에 분양되지 않아 예산을 사장시키고 있다.

97년 11월 착공, 지난해 6월 준공한 3만9천925㎡ 규모의 이 사업은 현재 분양대상 67필지(필지당 99∼231평)중 18필지만 매각된 상태다. 올들어 1필지 매각에 그친 전원택지는 46억원을 투자한 반면 18필지 분양대금은 11억5천여만원에 불과, 이익은커녕 농업기반공사에 큰 짐으로 돌아와 있다.포항 택지도 분양이 저조한 원인으로 위치 부적정이 꼽힌다. 농업기반공사 포항지부는 분양 택지의 60% 정도는 바다를 볼 수 있다고는 하고 있으나 현장이 바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날씨가 맑아야 겨우 바다를 볼 수 있을 정도 .

또 영덕군과 경계지역에 위치, 포항시가지에서 거리가 멀뿐만 아니라 당초 임야 구입지는 평당 3만여원이었으나 분양가는 기반시설비가 많이 투입되는 바람에 평당 30여만원이나 돼 시민들로부터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다.

최근 이곳을 둘러봤다는 김정훈(57.북구 용흥동)씨는"전원주택을 희망하는 층이 포항에는 많이 있는만큼 시가지와 인접한 흥해읍 대련리 및 이인리 또는 바닷가 경관 좋은 지역에 이 사업을 벌였더라면 벌써 분양이 다 됐을 것"이라고 말하고 왜 그같은 곳에 위치를 결정했는지 의문투성이라고 했다.

포항지역 한 주택 관계자는"지자체 및 공기업들은 내집 짓는 마음으로 택지후보지를 고르는 등 사업을 해야지 계획을 대충 세워 집행하면 엄청난 예산을 날려 그 부담은 결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포항.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영덕.임성남기자 snl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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