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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고교가 학기중 공사판 돼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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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의 학급당 학생수를 내년 2월까지 불과 6개월만에 35명으로 줄이려는 정부의 계획은 교육 여건을 되레 악화시키지 않을지 우려된다. 이 같은 밀어붙이기식 졸속 추진은 교육 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무모한 계획일 뿐 아니라 예산이 무려 1조3천억원이나 드는 대형 사업이므로 과연 지금과 같이 경제적으로 어려운 때에 초스피드로 서두를 일인지도 묻고 싶다.

더구나 2학기 들어 당장 공사가 시작되면 전국의 1천957개 고교 가운데 대상인 1천200여개 고교가 한 학기 동안 공사판이 될 것은 뻔한 일이다. 게다가 신설 교실 수만도 5천220개에 이르러 수많은 고교들이 궁여지책으로 운동장을 줄이고, 실내체육관이나 물리·화학 실험실마저 교실로 바꿔야 할 판이니, 학생들이 운동도 하지 말고 실험·실습도 하지 말라는 소리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김대중 대통령이 8·15 경축사에서 밝힌 '교육 여건 개선'의 일환으로 고교 학급당 학생수를 현재의 42.7명에서 35명으로 줄이겠다며, 각 시·도 교육청에 증설 계획과 공사 계약까지 9월 초에 완료하고, 9월 20일 일제히 착공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대구시 교육청은 50개 고교에 296개 교실을 증축하고 신설학교 여유 교실을 전용해 내년 2월 말까지 고교에서만 337개 학급을 증설할 움직임이다. 그러나 기존 건물에 증축할 학교는 10개교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별도 건물을 짓거나 수평 증축으로 운동장 축소 등이 불가피하며, 과학실·컴퓨터실 등을 교실로 바꿔야 할 판이라니 말이나 되는 소린가. 포항·구미 지역을 중심으로 359학급을 증설할 계획인 경북도의 경우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교육은 정권적 차원을 뛰어넘는 국가의 백년대계이다. 학급당 학생수를 줄이는 것은 교육의 기본적인 여건을 마련해 주는 일이지만, 정부의 개선안이 설득력을 얻고 성과를 거두려면 현장 상황에 대한 철저한 점검과 충분한 여론 수렴이 선행되는 게 마땅하며, 결코 졸속으로 밀어붙일 일은 아니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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