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못벌면 어때요. 시민단체에서 샌드위치교육을 받으며 얻은 경험과 느낌은 돈으로 바꿀 수 없는 보람을 줬습니다".
대학에서 방학을 맞아 학생들과 기업을 연결, 학생들이 기업체에 임시로 근무하면서 취업을 희망하는 직장의 정보를 미리 얻고 학점까지 인정해주는 '샌드위치(기업체험)교육'.
40만~60만원의 수당까지 받아가며 일반기업체서 일하는 친구들과 달리 '땡볕'에서 '무급봉사'를 했지만, 지난 7주간 시민단체에서 땀 흘리며 설문.현장조사활동을 벌인 대학생들은 남다른 뿌듯함에 가슴이 벅찼다.
17일 오후 대구시 남구 봉덕2동 한 어린이놀이터. 유미경(24.여.경북대 미술학과)씨는 놀이터 벽화 밑그림작업에 한창이었다.
"제 그림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뛰어노는 상상을 하면 힘든 줄 모르겠어요".
지난 7월초부터 한국청년연합회 대구지부에서 샌드위치 교육을 받고 있는 유씨는 시민단체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이 열악한 재정에도 열정적으로 일하는 모습이 무척 인상깊었다고 밝혔다.
유씨는 "대구지역의 시민단체가 200여개가 넘지만 시민들에게 알려진 단체는 몇개에 불과하다"며 "재정난으로 일부 뜻있는 사람들만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바람에 대다수 시민단체의 활동상에 대해 시민들이 제대로 모르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했다.
유씨와 같이 샌드위치교육을 받은 김민경(22.여.경북대 전자전기공학부)씨는 '민원행정서비스 만족도조사'를 위해 동사무소에 갔다 겪은 일 때문에 씁쓸했던 기억을 소개했다. "주민들 자신의 권리를 시민단체에서 대신해 찾아주겠다는데도 대부분 시민들이 설문조사에 냉담해, 속상했어요"
또 지난 6월말부터 새대구경북시민회의에서 샌드위치교육을 받은 박형철(23.경북대 사회학과)씨는 대구시내 구청과 주민자치센터를 다니며 공공기관 정보화 실태를 조사하느라 발품을 팔았다. 박씨는 "구청 홈페이지에 구청장을 상대로 한 직소민원코너가 없다는 조사결과가 나오자 곧장 코너가 생겼다"며 "시민단체의 조그만 활동이 세상을 바꿀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된 것이 무엇보다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교과서에서 배울 수 없는 세상의 적나라한 모습을 알기위해 시민단체를 찾아 샌드위치교육을 지원한 학생도 있었다. '대구 여성의 전화'에서 활동한 이소현(21.여.경북대 지질학과)씨는 사회복지학을 복수전공하며 여권문제에 고민해왔다. 이씨는 "며칠전 한 30대 여성이 남편의 폭행 때문에 피를 흘리며 찾아와 사진을 찍고 쉼터로 안내한 적이 있다"며 "이곳에서 얻은 경험을 살려 여권신장문제를 계속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 여성의 전화 고명숙 사무국장은 "대학생 샌드위치교육이 단순히 일손을 더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열심히 일하는 학생들의 모습이 너무 대견스러웠다"며 "젊은이들의 참여를 통해 대구지역 시민단체 활성화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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