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아동학대센터 정오택 소장

"지난해 10월 문을 연 뒤 매달 조금씩 신고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아동학대예방센터를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신고전화 1391 홍보가 충분히 돼야 아동학대 근절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대구아동학대예방센터 정오택(57)소장은 아동학대에 대한 많은 관심을 부탁했다."어떤 아이는 학대를 참을 수 없어 스스로 신고를 한 경우도 있어요. 아무것도 모르는 초등학생 어린 아이가 신고를 할 정도면 아동학대가 얼마나 심했는지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정 소장은 아동학대가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이를 치유할 대책은 아직 모자란 것이 많다고 지적했다.

"아버지가 아이들을 때릴때 또다시 폭력을 행사하면 형사처벌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으면 당장엔 폭력을 멈춥니다. 하지만 몇달만 지나면 또 폭력을 휘둘러요. 이를 막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치료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여건상 아동학대 가해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치료는 엄두도 못내는 사정이라고 정소장은 안타까워했다.

"아동학대가 일어나는 가정은 가해자인 부모는 물론, 피해자인 아이들까지 모두 전문 프로그램에 따라 '가족치료'를 받아야해요. 폭력을 휘둘러서 안되는 이유 등을 가해자인 부모에게 심어줘야하고 육체.정신적 상처를 입은 아이에게도 일정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얘기입니다. 지금 센터 형편으로는 이같은 근본적 치유가 불가능합니다".

정 소장은 정부가 당초 약속한 지원금의 절반밖에 지원하지 않는 바람에 아동학대 사건은 갈수록 늘고 있지만 이를 제대로 처리하기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놨다"우리나라 부모들은 아직도 엄격한 훈육이 최고의 교육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아이들을 마구잡이로 때리면서도 '교육적 차원'이라고 얘기해요. 폭력을 받아들여야하는 자식의 마음은 생각지도 않습니다. 이 아이들이 자라면 또다시 다음 세대에게 폭력이 연결될 수밖에 없어요".

아동학대 사건을 처리하다보면 남의 가정에 간섭한다며 행패를 부리는 사례도 잦다고 정 소장은 말했다.

"아동학대를 예방센터 한 곳에서 막을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이웃과 친척은 물론, 학교.병원.경찰.행정기관 등 유관기관에서 큰 관심을 보여줘야 합니다. 아직도 아동학대 사건에 대해서는 경찰이 개입하는 것을 꺼립니다. 가정문제는 가정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한국적 사고때문이겠죠. 하지만 이 벽을 넘지 못하면 아동학대예방은 이뤄질 수 없습니다".

정 소장은 아동학대예방센터 자원봉사나 치료.보호사업의 재원에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053)941-1391. 최경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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