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땅이 갈라진 곳. 소백산 산마루 죽령. 문경의 조령·이화령과 함께 경북 북부의 울타리이자 관문이다. 어느 고갯길이나 마찬가지겠지만 그 길에는 앞서간 사람들의 간절함이 있다. 때로는 그 길을 차지하려고 싸우기도 하고 더 멀리 가려고 길을 열기도 했다. 11월말이면 죽령을 관통하는 중앙고속도로도 완전 개통. 경북과 충북·강원도를 이젠 반나절만에 이어준다. 미개통 풍기∼제천 구간은 마지막 삽질이 한창이다. 멀다고만 느껴 미뤄왔던 길을 떠나보자. 수억년의 신비를 간직한 단양, 태백권의 관문 도시 제천, 치악산으로 유명한 원주·횡성, 호반의 도시 춘천과 홍천을 4회에 걸쳐 소개한다.
◈죽령 마루턱 초가주막 눈길
중앙고속도 풍기IC에서 빠져나오면 제천방면 5번국도가 시원스레 뚫려 있다. 죽령을 넘어가는 차창. 굽이를 돌 때마다 소백산(1,439m)의 산세가 예사롭지 않다. 희방폭포를 지나치는 아쉬움을 접고 급커브길에 신경을 모은다. 해발 689m. 죽령 마루턱이다. 영주 시군계 표지석이 눈에 들어온다. 초가 주막도 눈에 띈다. 옛날 죽령을 넘던 나그네들이 모여 쉬어가던 주막터자리에 그 모습을 재현한 것이란다. 죽령주막을 지나 몇발짝만 옮기면 충청도 땅. 단양대교를 건너 우회전하면 단양이다. 인구 4만 3천명의 반듯한 신도시다. 단양 8경중 도담삼봉으로 먼저 향한다. 단양읍에서 10분 거리. 남한강 물줄기가 유유히 흐르는 강복판에 봉우리 3개가 우뚝 솟아 있다. 조선개국 공신 정도전이 유년시절을 이곳에서 보내고 후일 자신의 호를 삼봉이라 했다는 유서 깊은 곳이다. 퇴계 이황선생도 단양 군수 시절 이곳의 절경에 흠뻑 빠져 남긴 시가 지금도 안내 비석에 남아 있다.
물빛은 탁한 녹색, 언뜻보면 실망스럽기조차 하다. 남한강의 상류라고 믿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삼봉뿐 아니라 강주변의 그림같은 풍광을 물속에 담고 있다.
다소 비싼 듯한(어른 5천원) 표를 끊고 유람선에 오른다. 강바람이 시원하다. 제 2경 석문으로 안내한다. 도담삼봉 상류 200m 지점이다. 2개의 석주가 떠받치고 있는 석문은 무지개 모양이다. 석문 왼쪽 밑에 작은 굴이 있는데 누군가 치성을 드리고 있는 지 작은 불상이 놓여 있다. 한강 발원지 태백 금룡소에서부터 물줄기를 훑어 오는 길이라는 오형석(CF 조감독)씨는 "이곳 도담삼봉 일대는 국운을 상징하는 CF촬영지로도 유명하다"며 "예전에는 이곳 풍광이 정말로 대단했다"고 말한다.
◈고수동굴 장관에 절로 감탄
단양 기행의 백미는 바로 동굴여행. 고수동굴을 찾는 관광객만 연간 45만명. 단양읍 고수리 소백산 줄기 고수봉 해발 160m지점에 있다. 단양읍에서 5분 거리. 인근에 온달, 노동, 천동 등 동굴이 밀집한 대표적 석회암 지형이다. 동굴입구에 들어서면 서늘한 기운이 감돈다. 사시사철 14℃. 겨울철 바깥에는 찬바람이 몰아쳐도 동굴안은 훈훈하다고 한다.
곧이어 5억년의 나이를 지닌 종유석과 석순의 웅장한 스케일이 보는 사람을 압도 한다. 공룡 발톱 같기도 하고 거친 칼날처럼 휘어지고 내리뻗은 장관이 조명등 아래로 지나간다. 사자바위, 독수리바위, 천당못, 선녀옥답 등 종유석과 석순마다 모양에 걸맞은 이름이 붙어 있다. 군데군데 오리걸음을 해야 하는 곳도 있다.
고수동굴 관리주임이자 동굴학회 탐험대장인 엄경섭씨는 "고수동굴은 인근 동굴중에서도 역동미가 가장 빼어나다"며 "물과 돌이 빚어낸 자연의 걸작품은 체험학습장으로도 그만"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철제 난간을 따라가는 관람코스는 1.7㎞로 약 40분이 소요된다. 출구를 나서면 작은 산을 오른 듯 다리가 뻐근하다. 관리소 043-422-3072.
▨가는 길=대구에서 떠난다면 중앙고속도를 거쳐 풍기IC에서 5번 국도로 단양까지 내달릴 수 있다. 2시간 30분 남짓이면 충분하다. 단양에서 충주까지는 50분 거리. 오는 길은 수안보 온천을 거쳐 조령 관문·문경 새재로 넘어 와도 된다.
▨죽령주막=소백산 줄기 도솔봉과 제2연화봉의 중간지점. 죽령 마루턱에 있다. 한복을 다소곳이 입은 안주인이 반겨 준다. 길손들뿐 아니라 산꾼들에게도 오아시스 같은 곳. "나도 한때는 영주산악회 회원으로 산을 많이 누볐다"고 말하는 안주인 안정자(45)씨는 "백두대간을 종주하는 산꾼들이 쉼터로 사랑해 주어 고맙다"고 말한다. 주막 황토방에서 잠을 청할 수도 있고 막걸리 한잔으로 여행의 피로를 씻을 수도 있다. 054)638-6151.
▨가볼만한 곳=△선암계곡:단양8경 상·중·하선암과 사인암, 옥순암 등이 자리잡고 있다. 서있거나 누워 있는 듯한 암석모양이 가지각색의 인간군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인근에 방곡도예촌(043-422-5010)과 소백산관광목장(043-422-9270)도 있다. △금수산(1,016m):제천시와 단양군의 경계를 이루는 아름다운 암산. 깎아 지른 듯한 암벽때문에 도저히 오를 수 없을 것 같아 주눅이 든다. 막상 산행에 나서면 능선이 굽이굽이 이어져 마치 여인이 누워 있는 자태를 보는 듯한 묘미 있는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장회나루:단양읍에서 충주방면 36번 국도를 20분쯤 달리면 나온다. 단양 8경중 제일로 꼽히는 옥순봉, 거북모양의 구담봉이 탄성을 자아낸다. 단양레저 선착장 043)422-11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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