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빚으로 사는 서민들(2)-겉도는 정부 서민정책

정부가 내놓은 잇단 서민생활안정대책이 겉돌고 있다. 각종 실업구제책을 비롯 최소한의 생계비를 지원한다는 기초생활보장제도가 현실과 동떨어져 서민들의 눈물과 한숨을 씻어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빈껍데기 자활공동체

한복집을 운영해 한달 수입이 200만원을 넘던 곽모(38.대구시 서구 비산동)씨는 IMF사태로 가게를 정리하고 다른 일자리를 찾았지만 실패를 거듭했다.그가 마지막으로 '자활공동체' 양성과정을 찾아 지문이 닳을 정도로 도배일을 배웠지만 이번엔 일감이 거의 없다. 같은 처지의 5명이 자활공동체를 꾸려가고있는 요즘 한 달에 60만원도 벌지 못하고 있다. 아직 총각으로 노부모를 모시고 있는 곽씨에게 결혼은 딴세상 얘기다.외환위기후 정부가 실직자.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청소.간병.도배.봉제.건축 등의 기술을 습득케 한 뒤 공동으로 사업을 하는 자활공동체가 제대로 굴러가지못하고 있다. 자활공동체 운영기관인 행정기관조차 이들에게 기술력이 부족하고 자격증을 갖추지 못했다고 제대로 일감을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공근로 및 정부인턴제도

여전히 실직자들이 쏟아지고 있지만 공공근로 및 정부인턴제도는 예산부족을 이유로 폐지직전이다. 공공근로는 대구시의 경우, 올 1단계 6천822명에서2단계 4천447명, 3단계 3천142명으로 줄었다. 정부지원인턴제도 대구.경북지역에서 99년 6천854명, 2000년 5천940명, 올 해 3천522명으로 줄어들었다.

▨갈곳없는 IT인력 양성

정부가 98년부터 고학력 대졸자를 대상으로 실업자 훈련기관을 통해 IT(정보기술) 인력을 양성하기 시작, 현재 대구지역 실업자직업훈련기관 50개가운데 IT관련 과정을 개설하고 있는 곳이 30여곳에 달한다.하지만 막대한 예산을 들인 IT 인력양성 프로그램은 정보검색.홈페이지 제작 등 초보 수준의 교육에다 웹마스터.웹디자인.전자상거래 등 한물간 IT과정들이 대부분이란 지적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대구 모 대학의 경우 31일 6개월 과정의 IT수련생 140명을 배출했지만 이들의 취직률은 35%에 불과하다. 전문강사진이 빈약한 일반전문학교의 경우 취직률이 30%에도 못미친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하반기 수련생은 전무한 상태다.

IT과정에 참여한 경험이 있는 이모(28)씨는 "책상머리 대책이 오히려 실업자만 양산하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반발심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중풍을 앓고 있는 남편과 고등학생 두딸을 부양하며 도시락 납품업체에서 일했던 박모(50.여)씨는 지난해 8월 실직,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조건부 수급대상자로 지정받았다. 1주일에 사흘씩 복지시설에서 일하는 조건으로 받는 지원금은 한달에 36만원. 힘겹게 생계를 꾸려왔던 박씨는 지난달36만원이 3만원으로 깎였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딸이 패스트푸드점 아르바이트로 50만원을 번다는 이유였다. 박씨는 "딸이 50만원을 번다지만 교통비와 밥값을 빼면 실제 수입은 20만원도 되지 않는다"며 "네식구가 23만원으로 한달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눈물지었다.

지난해 10월 개정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수급자들에 대해 소득수준에 따라 등급을 매기면서 추정소득을 마구 부과, 영세민들의 생계를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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