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마 유치환 시인이 교장으로 재직을 했던 대구여고, 경주여교, 부산 경남여고의 교훈은 한결같이 그분의 시, '겨레의 밭'으로 되어 있다. "억세고 슬기로운 겨레는 오직 어엿한 모성에서 이루어지나니, 이 커다란 자각과 자랑으로 우리는 스스로를 닦는다"는 내용의 시로, 교육 목표가 '어엿한 모성'이 되는데 있다. 즉 당당하고 반듯하고 떳떳한 여성이 되는 것, 이 자랑스러운 여성의 역할을 내세우는 경남여고를 나는 다녔다.
몇 년 전부터 나는 이 교훈이 내 머리 속에 둥지를 틀고 들어앉았다. 세계화와 자본주의 팽창으로 시대가 어려워져갈수록 여성의 사명감, 모성의 사명감을 느꼈기 때문이리라. 이렇게 민족은, 또 나아가 모든 생명은 억세고 슬기로워야지 살아남는데, 지금의 우리 현실은 국민들과 자녀들을 과연 억세고 슬기로운 자로 살아남게 길러내고 있는지 의문이다. 교육과 건강에 일차책임자는 아무리 시대가 변한다 하더라도 여성이 되어야 한다고 나는 믿는다. 그러자면 우리 여성이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건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우리 자본주의 현실은 여성을 자본의 대상으로 삼고 황폐화시키는데 문제가 있다.
다이어트 열풍에 죽어가는 여성미
현대는 엽기의 시대다. 엽기적인 이미지가 인터넷과 TV와 상품과 대화 속과 상상력 속을 빠른 속도로 침투해 들어와서 사회를 어둡게 물들이고 있다. 먼저 청소년을 망가뜨리고, 여자들을 망가뜨린다. 퇴폐주의 문화의 조짐이다. 아름다움, 즉 미의 기준이 신기한 것, 괴이한 것, 폭력적인 것, 끔찍한 것이 되어가고 있다. 그 한 예로 여성들에게, 아니 젊은 남성들에게조차 유행되고 있는 다이어트 바람이다. 성형수술의 바람이다. 코를 높이고, 턱을 깎고, 쌍꺼풀을 만들고, 얼굴을 작게 하려고 밴드를 붙이고 과연 엽기적이다.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여러 미인대회가 뽑고 있는 미인은 과연 정상적 체격의 건강한 몸인지, 어쩌다가 미인의 기준이 현실과 거리가 먼 24인치 허리가 되고 바비인형과 같은 작은 얼굴이 되었는지, 그것을 닮으려고 우리 소녀들과 젊은 미시족들은 '못난 것은 참아주지만 뚱뚱한 것은 용서하지 못한다'고 자기 체격에 대해 70%이상이 불만을 표한다고 한다. IMF 이후 여성 취업이 잘 안 되는 틈을 타서 여성이 취직을 하고, 좋은데 결혼을 하자면 예뻐야 한다고, 예쁜 것은 TV에 나오는 모델이나 탤런트 같이 날씬해야 한다고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사실 우리 사회구조에 문제가 있기도 하지만, 바람을 타는, 기초가 없는. 건전한 상식이 부족한, 외형적인 미만 추구하는 여성들에게 더욱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외모보다 자신만의 아름다움 가져야
나는 소녀시절에 그림집을 뒤적이면서 아름다운 몸에 대한 환상을 키웠다. 르누와르의 그림에 보이는 풍만한 육체, 고갱의 그림에 나오는 원시적인 타이티 섬의 여인들, 다산의 상징인 비너스의 넉넉한 몸매, 로댕의 조각에 나오는 몸들도 남자들은 근육이 있고 여자들은 선이 고왔다. 그래서 직장 동료들이 아랫배에 체지방을 뺀다고 크림을 사 발라도 나는 동요하지 않았다. 나는 그 곳에 애기집이 있는 줄을 알기에, 애기집을 보호하는 것이라고, 그리고 아름다운 조각에도 배에 둥그스름하게 살이 붙어있는 것을 보아왔기 때문이다. 여성의 몸의 미는 곡선의 미인 것을, 살이 있어야 하는 것을, 살이 바로 식물에 비유하면 잎과 꽃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최근 체지방도 중요한 신체의 기관으로 관절 등에 충격 막아주기, 랩틴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해서 체지방양 조절기능 즉 식사조절기능, 생식기능(체지방이 부족하면 생리불순으로 애도 못 낳는다)에 관여하며, 바이러스 공격 때 면역체에 경보를 보내는 위기관리를 한다고, 체지방의 절대유용성을 의학계에서 발표하였다.
자기 몸에 당당하자. 자기스러움을 무기로 삼자. 외모로서 자기를 드러내는 미보다 행위로, 표정으로, 독특한 분위기로 드러내는 그 사람의 내면의 미가 진정 살아있는 생명의 미다. 내적인 미의 발굴에 노력하자. 여성은 생명의 주체다. 겨레의 어머니다. 내 집과 나라의 중심이다. 생명의 주체인 여성을 죽이는 다이어트 시장은 더 이상 여성을 자본의 대상으로 삼지 말라. 그리고 패션계도 정상적인 몸이 입는 옷을 가장 많이 만들고 아름답게 만들어 정상적인 몸이 뽐낼 수 있는 활기찬 거리를 만들어 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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