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제는 문화산업시대

(8)캐릭터-연 1조원대 시장…토종 점유율 10% 불과

일본 산리오사는 지난 92년 3월 결산에서 265억엔, 95년 3월 결산에서는 120억엔에 이르는 경상손실을 기록, 회사 존립이 위기를 맞았다. 그러나 아기 고양이를 형상화 한 '헬로 키티' 캐릭터 붐이 98년 3월 결산에서 경상이익 156억엔을 안겨주며 산리오사를 수렁에서 건졌다.

미국의 컴퓨터 황제 빌 게이츠는 20년전 "개인용 컴퓨터 보급이 늘면서 자신을 표출하기 위한 방법으로 캐릭터를 많이 사용하는 시대가 올것"이라고예언했다.빌 게이츠의 예측은 적중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캐릭터 열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기업뿐 아니라 지방자치단체, 군, 경찰 등 모든 분야에서 캐릭터를 제작,이미지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경상북도의 경우 23개 시군 가운데 16개 시군에서 19개 캐릭터를 만들어 홍보에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같은 붐에 힘입어 포켓몬스터처럼 게임용으로 개발된 캐릭터가 한해 15조원의 매출을 올리며 캐릭터 산업을 꿈의 산업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아동문구류에서 시작된 캐릭터는 이제 주방용품, 시계, 의류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활용되면서 엄청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다.

캐릭터 산업은 1929년 미국 학용품회사 임원이 미키마우스 그림을 아동용 공책에 인쇄하는 대신 월트 디즈니사에 300달러를 지불하면서 태동했다.이후 애니메이션 산업과 게임 산업의 활성화로 캐릭터 산업은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80년대 초 월트 디즈니사는 미키마우스 등에 대한 로열티로 영화사업의 2배에 이르는 수익을 올렸다. 일본의 경우 만화영화 '이웃집 토토로'의 수익은7억엔인 반면 캐릭터 수익은 150억엔에 이르렀다.캐릭터는 미래를 주도할 상품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기술, 기능도 중요하지만 인간적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상품이 비교우위에 서는 21세기, 캐릭터상품은 가장 높은 경쟁력을 가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또 휴대폰을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 이용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는 등 무선 데이터 통신 발달로 동영상 캐릭터가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 내고 있어 캐릭터 산업이 문화산업의 중추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캐릭터 산업의 중요성을 인식, 1900년대 초 월트 디즈니사를 중심으로 캐릭터 산업을 출범시켜 세계 캐릭터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일본은 20여년 전부터 캐릭터 산업에 투자, 산리오사 등을 중심으로 '헬로 키티', '포켓 몬스터' 등으로 미국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99년 말 시사주간지 타임이 올해의 '베스트 인물'에 포켓몬스터의 주인공 '피카추'를 선정, 일본 캐릭터의 저력을 세계에 유감없이 발휘했다.반면 국내 캐릭터 산업은 걸음마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 1976년 김청기 감독의 '로보트 태권V'에 이어 이상무의 '독고탁', 배금택의 '영심이' 등의 캐릭터들이 줄줄이 탄생했지만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체계적인 기획을 바탕으로 한 세련된 마케팅 전략을 펼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

국내에는 400~500여개의 캐릭터 제작업체가 있으나 대부분 디자인, 웹사이트 구축, 애니메이션 등을 주업종으로 하고 캐릭터 분야를 부수적으로 취급하고 있는 실정이다. 영세성으로 기획수준이 낮아 캐릭터 산업을 지속적으로 밀고 나갈 힘이 부족한 것이 캐릭터 산업 활성화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의 경우 10여개 캐릭터 제작 업체가 있으나 시장의 영세성, 자금과 전문인력 부족 등의 한계로 인해 캐릭터 개발을 전문으로하는 업체는 '인디컴'이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학의 경우도 사정은 비슷하다. 캐릭터 개발에 필요한 인재 양성을 체계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대구미래대, 성덕대학 등의 애니메이션 학과에서부분적으로 캐릭터 관련 지식을 가르치고 있는 형편이다. 경상북도와 대구시도 캐릭터 관련 인프라가 구축되어 있지 않은 지역 현실때문에 캐릭터 제작 업체육성에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캐릭터 시장 규모는 올해 1조2천억원, 내년에는 1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국산 캐릭터의 시장 점유율은 10%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나마 아기공룡 '둘리', 심형래의 '용가리'에 이어 지난해 등장한 엽기토끼(마시마로)가 국내 캐릭터의 성공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만화포털사이트에 '마시마로 숲 이야기'가 연재되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엽기토끼는 올해부터 각종 상품으로 등장하면서 국내 캐릭터 산업에 토종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국산 햄스터 '프렌즈'도 지난해 12월부터 170여만개가 팔려 엽기토끼의 대를 이을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4월 일본 아오바사의 햄스터가 한국에 진출했다가 '프렌즈'에 밀려 퇴출당했다. '프렌즈'는 지난해 10월 일본에 진출해 32만달러의 외화를 벌어 들이는 성과를 올렸다.

이같은 분위기에 편성, 정부도 지난해 말 유망 캐릭터 업체 인큐베이팅을 위해 공동시설을 마련, 지원하기로 했다. 캐릭터 기획 및 개발, 상품제작 지원을 위해 문화산업진흥기금 50억원을 조성, 캐릭터 제작 업체 등에 지원키로 하는 등 뒤늦은 대책 마련에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좋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애니매이션 등 관련 산업의 발전, 인재 육성 등 체계화된 제도가 마련되어야 한다"며 "정부가 캐릭터 산업을 벤처 산업으로 인식, 가시적인 효과를 노리는 단기적인 지원을 하기 보다는 장기적인 발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경달기자 saran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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