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빚더미' 어떻게 탈출하나

전문가들은 빚더미사회를 탈출하기 위해선 카드사와 은행들의 무분별한 가계대출을 막는 한편, 사채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자제한법 부활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또 갈수록 늘어가는 빈곤층을 구제하기 위해 외국의 운영실태를 면밀히 검토, 비현실적인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하루빨리 개선해야한다고 지적했다.

□ '길거리카드' 규제

한국소비자연맹 대구지원 양순남 국장은 "금융당국이 신용불량자만 양산하는 신용카드업계의 마구잡이 회원모집 방식에 어떤 형태로든 제동을 걸어야 한다"며 "우리나라처럼 미취업자와 노숙자에게도 카드를 발급해 주는 곳은 세계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빚을 갚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마구 카드를 발급해 결과적으로 이들의 생계가 더욱 어려워지게 됐다는 것.

대구YMCA 김형일 간사도 "금융감독원이 지난달 19일 여신전문금융업감독규정을 개정, 일정소득 및 일정재산이 확인된 사람에게만 신용카드를 발급하고 반드시 실명여부를 확인하도록 했지만 여전히 단속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감독원 정영석 검사역은 "금융감독원이 길거리 신용카드 회원 모집을 금지하는 쪽으로 감독 규정을 개정하려던 방침이 지난달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무산되면서 카드업계의 카드 남발형태가 더욱 노골화되고 있다"며 "국민적 피해를 막기 위한 규개위의 재고를 바란다"고 밝혔다.

□ 가계.기업대출 균형

금융연구원 김병연 박사는 "은행간 가계대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사채갈아타기용 대출상품으로 연 54%의 고금리 대출과 일수대출까지 등장했다"며 "자칫 잘못하면 은행과 가계 모두 부실화돼 국가적 위기로 번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박사는 "파탄지경에 이른 가계를 보호하기 위해선 궁극적으로 경기를 되살려야 한다"며 "은행들이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에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김병조 기획조사원도 "은행들은 기업대출보다 떼일 가능성이 낮고 대출금리도 더 높은 가계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려왔다"며 "가계빚이 급증하는 반면 은행들의 자금중개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은 갈수록 저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자제한법 부활

정부는 최근 사채 고리이자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금융이용자보호법을 조속히 입법키로 했다. 금융이용자보호법안에 따르면 3000만원 이하 소액대출의 경우 이자율을 연 60% 이하로 제한, 최고이자율을 넘는 이자를 받은 사채업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등 처벌을 내리고 초과 이자분은 무효로 인정돼 채무자가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 법안은 그 실효성도 의문시되거니와 법리적으로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새로운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다.

영남대 이상욱 법학과 교수는 "소액여신에만 제한이율을 설정하고 있어 이에 해당되지 않는 여신은 고리에 그대로 방치되는 문제점이 발견된다"며 "사채업자들은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에게 4,5천만원을 빌려주는 것처럼 서류를 위장하고 실제로는 3천만원 이하로 대출해 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경북대 장재현 법학과 교수도 "최고제한이율이 지나치게 높다"며 "우리나라의 이자제한의 역사를 보거나 외국의 예를 보아도 최고이율을 연 60%로 한 예를 찾아 보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만 봐도 제한이율은 최고 연20%에 불과하고 형사처벌을 가하는 고리의 기준도 최근 점점 엄격해지고 있다는 것.

이들은 "현행 법체계로는 약자인 서민들이 폭리에 대항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모든 금액에 대해 이자율을 제한하고 최고제한이율도 금융기관의 금리를 고려해 25% 정도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 생산적 복지정책 마련

한국빈민문제연구소 류정순 소장은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놀고 먹는 '복지병'을 지적했다. 류소장은 "현 제도는 수급권자가 다른 일을 해 생계 급여 이상의 돈을 벌게 되면 그 초과액만큼을 급여에서 제외하거나 수급권자 대상에서 아예 탈락시켜 버린다"며 "수급대상자는 가만히 앉아서 오히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힘들게 일하려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영화(경북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생산적 복지를 위해선 외국제도의 운영실태를 면밀히 검토해 근로소득공제 등의 근로유인책을 도입해야 한다"며 "아울러 개개인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다양한 사업을 개발해 장기적 일자리 창출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 외국의 저소득 서민정책

최근 선진국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충분한 급여를 지급하되, 이들이 취업을 통해 스스로 소득활동을 할 경우 근로소득에 대한 대폭적인 공제를 인정해 줌으로써 자발적인 취업을 유도하고 있다.

∇ 미국: EITC(Earned Income Tax Credit : 근로소득세 공제)는 미국에서 지난 20여년간 시행한 사회정책들 중 가장 성공적이며, 복지와 조세체계의 큰 변화를 가져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EITC란 근로소득이 있는 저소득 계층(working poor)에 대해 소득을 지원하는 것으로 근로의욕을 높이기 위해 연금급여, 실업급여 및 다른 사회부조의 급여는 근로소득으로 간주하지 않고 근로소득수준에 따라 일정한 생계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아동의 수에 따라 급여를 산정해 교육비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클린턴 정부가 1993년 복지개혁의 일환으로 확대한 EITC는 1996년까지 약 140만 가구와 300만명의 아동들을 빈곤으로부터 벗어나게 만드는데 성공했다. 적용범위 및 급여수준이 계속 확대돼 지난 해에는 1천920만 가구가 EITC의 혜택을 받았다.

∇ 독일 : ABM(Arbeitsbeschaffungsmassnahmen)이라 불리는 고용창출사업을 통해 공익과 관련된 일자리를 지방정부가 만들고 여기에 실업자나 빈곤층의 취업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공공근로와 유사하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수급자의 장기적 복지경력에 대한 정보를 지방노동관서와 지방사회관서 사이에 교환하는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이는 단지 부조수급자의 소득을 감시한다기보다는 장기적 복지의존성, 취업경력 및 가족상황 등에 따른 필요 등에 보다 포괄적인 정보를 형성하고 이를 취업상담 및 복지상담에 이용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된 제도적 장치다.

∇ 일본 : 저소득층의 생계비 지원에 있어 근로의욕을 조장하기 위해 소득공제제도를 철저히 시행하고 있다.

근로소득공제는 실비공제, 기초공제, 특별공제 등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수입을 얻기 위해 필요한 교통비, 밥값 등도 함께 공제해 주고 있다.

사회1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김미곤.박능후.유정원.최현수.이승경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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