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다리밑 사람들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작년 여름 장마 때이던가. 낮에는 역 벤치에서, 저녁에는 다리 밑에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노숙을 하며 끼니를 겨우 이어가는 '다리 밑 사람들'을만나러 갔다. 지역의 사회복지관 관계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도착한 다리 밑에는 급식을 준비하는 자원봉사자에게 인사를 건네는 노숙자들이 대여섯명 있었다. 그들은 대부분 낮술로 얼굴이 벌건 상태였고 삶의 의욕이 없어 보였다.

'다리 밑 사람들'이 되기까지 사연은 달랐으나 개인사업을 하다가 망한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자원봉사자들이 차려준 식사가 다 끝나갈 때까지 한 사람만은 식사를 전혀 하지 못하였다. 여름날인데도 목까지 모포를 덮고 있었고, 머리맡에는 낡은 주전자와 버너, 냄비, 수저, 이불, 빈 소주병들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불을 걷어보니 팔 다리가 시커멓게 썩고 있었다. 30대 후반이지만 퍼슥한 머리카락과 쾡한 눈이 실제 보다 나이가더 들어 보였다. 고아로 자수성가하여 3년전까지만 해도 카센터 사장이었던 그는 일에 열중하다 결혼도 못한 채, 혼자 살았다. 그러던 중 IMF로 인하여 일이 잘못되어교도소에 다녀오고 보니 마땅히 할 일이 없었고, 아는 이들과 거래업체에서 외면당했다. 소주를 위안삼아 산지 1년만에 영양실조와 알코올중독, 간질환에시달리게 됐다.

"죽을 날만 기다리며 술로 세월을 보내다 보니 이런 꼴이 되고 말았다"며 참담한 심경을 토로한 그는 세상이 원망스러운 듯 심한 자괴감에 빠져 들며 "더 이상 묻지마소"라며 말문을 닫았다. 시청에 연락하여 담당직원들이 긴급히 출동하여 병원에 입원시켰지만, 그는 보름만에 숨을 거두었다.

어쩔 수 없이 가족을 등지고 삶을 포기한 채 살아가고 있는 '다리 밑 사람들'. IMF를 졸업하였다지만 여전히 우리 사회의 경제전망은 어둡고 실업은 증가추세이다. '다리 밑의 사람들'과 서민들이 더욱 힘든 세상이다.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진다.

구미가족상담센터 소장.사회복지사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대구경북 지역은 심각한 공군 비행장 소음 피해를 겪고 있으나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으며, 대구의 소음 피해 인원은 지...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의사 개원의의 평균 사업소득이 4억원을 넘어섰지만, 피부·미용 분야와 대형 비급여 진료기관의 고소득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
고 최불암의 빈소에는 생전 아동복지에 힘쓴 그의 나눔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찾아와 추모했으며, 특히 초록우산과의 인연이 깊었던 고인은 아동복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 참여자가 5천600만 명을 넘어서며 민주당 승리가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는 비..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