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루과이 라운드 10년 우리농업 어디로 가고 있나

◈(16)위기극복의 과제

◈고품질 농산물 생산만이 유일한 대안

"이제 사과도 고품질로 승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좋은 고기를 만들어 내는 것 만이 사는 길입니다". 농산물 시장 개방 시대에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대응 방향은 단 하나로 결론내려지고 있었다.농촌진흥청 대구사과연구소(군위 소보면)에서 10년째 근무 중인 이순원(48) 소장과, 경북도 축산기술연구소(영주) 강삼순(55) 소장의 하루는 연구포와 축사를 둘러보는 것으로 시작된다고 했다.

15명 사과연구소 직원들의 관심은 1995년에 시작된 키낮은 나무 보급을 하루라도 빨리 완료하고 새로운 고급 품종을 개발하는 데로 온통 모아져 있었다. 1992년 설립 뒤 이 연구소는 10년 동안 150여억원을 투입, 지금까지 70여가지 기술을 개발해 보급했고 특허도 3건 획득했다. 그에 힘입어 10년 전에는 연간 363시간 들여야 했던 사과 재배 시간(a당)을 208시간으로줄였다. 앞으로는 80시간까지 낮출 계획.

새 품종도 '홍로' 등 7가지 개발했으며, 2년 뒤에는 2개 품종을 추가로 개발해 '후지'를 대체토록 한다는 야심을 갖고 있다. 김목종 육종연구관은 "친환경 저농약 사과(IPM) 생산 체계를 구축해 수입품 공격을 물리치는 전략도 세워놓고 있다"고 했다.

경북종축장으로 출발했던 경북 축산기술연구소 20여명 직원들의 신경은 3가지 사업에 집중돼 있었다. 경북형 한우 개발, 체세포 복제기술을 이용한 우량 한우 생산, 토종 가축 보급이 그것. 경북형 한우는 2005년 이후 본격 생산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도단위 연구소로는 처음으로 성공했던 체세포 복제 생산 송아지 3마리는 현재 보통 송아지보다 30%나빠른 성장 속도를 보이고 있다.토종 가축을 복원하려는 목적은 세계 어느 나라 품종도 따라 올 수 없는 독특한 영역을 구축하려는 것. 1997년 본격화된 토종닭 보급은 이미 유명해져 연간 4만여건의 신청이 쇄도해 수요의 절반밖에 충족시키지 못할 정도. 최수호(31)씨는 "토종돼지도 연간 300마리를 보급하고 있지만 수요는 그 2~3배나 된다"고 했다.

이런 외에도 갖가지 연구소 설립이 UR 이후 활발, 1995년엔 청도에 복숭아 시험장이 설립됐다. 국내외 250여 품종의 유전자원을 모아 우량품종 육성에 활용, 복숭아 결실률을30~40% 높였다. 최충돈 장장은 "8명 직원들이 이미 특허 4건을 얻고 20건의 영농기술을 보급했다"고 했다.

전국 둘째가는 약초 재배지라는 특성을 감안해 경북에는 1995년 고랭지 약초 시험장(봉화 춘양)도 들어섰다. 임재하(47) 연구관은 "여기서 개발한 만종당귀의 종자 신청이 쇄도해공급이 달릴 정도"라 했다. 김수용(44) 연구사는 "이 종자는 값이 싸면서도 수익은 30% 정도 더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919년 '잠업 취체소'로 출발했던 잠사곤충 사업장은 잠업 변화를 받아들여 동충하초 종균을 생산하면서 유용 곤충 자원화를 위해 사과 결실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수분용가위벌을 키워내고 있다. 경주 문화엑스포 때는 정서 곤충인 나비류와 딱정벌레 등을 키워 2천500여마리를 날리기도 했다.

한때 전국 작약의 50%가 거래되던 의성에는 1992년에 작약시험장이 세워지고 작약 축제도 만들어졌다. 그러나 중국산 작약이 점령하면서 1993년 1천29t에 달했던 작약 생산량이 올해는 36t으로 줄고, 내년에는 축제마저 없어질지 모를 위기를 맞았다. 시험장은 새 활로 개척에 고심, 김재철 연구실장은 "이제는 관상용 작약과 기능성 물질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했다. 1998년부터는 이미 홍화 품종 개량도 맡았다. 벼.콩 등의 지역 적응시험 등을 담당하던 농촌진흥청 경북북부 분장(안동)도 세상이 바뀜에 따라 1992년부터 마(산약)와 더덕 연구를 시작하고, 지난 4월엔 이름까지 '생물자원연구소'로 바꿨다.이렇듯 연구.개발만이 위기의 돌파구로 확신된 뒤 4개뿐이던 경북도내 연구소가 지금은 13개로 늘엇다. 풍기에는 인삼시험장, 영양에는 고추시험장이 만들어졌고, 상주에는 감 시험장이 들어섰으며 성주엔 과채류 시험장이 설립됐다. 동양 최대 꽃단지가 있는 구미에는 화훼시험장이 마련됐다.

다른 지역도 사정이 비슷해 강원도에는 감자.옥수수, 전남에는 오이, 충남에는 딸기.구기자.백합, 양파 주산지인 경남 창녕에는 양파연구소가 각각 들어섰다. 경북도청 김치행농수산국장은 "연구소들에 대한 기대.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고 했다.

정인열기자 oxen@imaeil.com

이홍섭기자 hslee@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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