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의 새 군사작전

미국은 테러 대참사를 계기로 이제까지 정규병력을 동원한 정정당당한 전쟁에 병행해서 암살공작같은 '더러운 전쟁'도 불사할 방침을 선언했다.

이는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비롯한 미국 지도부가 공격목표를 아프가니스탄은 물론 최대 60개국에 있는 테러단체로 확대한 것과 때를 같이한 것이어서 21세기의 대(對)테러전쟁은 공습, 특수부대 투입 등과 함께 '더러운 전쟁'이 동시 다발적으로 세계 곳곳에서 일어날 것임을 예고해주고 있다.

장기전 양상을 띠게 될 '더러운 전쟁'은 걸프전을 성공적으로 수행, 최고의 전략가라는 명성을 얻은 딕 체니 부통령의 입을 통해 나와 신빙성이 크다.

이번 보복전쟁에서도 줄곧 막후 전쟁장관 역할을 하고있는 체니 부통령은 16일 이같은 전쟁 수행 방침의 변화를 시사했다.

체니 부통령은 이날 미 NBC 일요시사프로그램 '언론과의 만남'에 출연, "국내외의 대(對)테러전 수행은 현재 허가돼 있지 않은 '비열하고, 더러운' 정보 전술에 의존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체니 부통령은 특히 약 1시간 가까이 진행된 대담에서 군사적 공습이 앞으로 있을 미국의 공격방안중의 하나이긴 하지만 정보전 또한 핵심 기능을 맡을 것이라고 말하고 "우리는 정보전의 어두운 면, 즉 그늘에서도 일해야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 말이 곧 미국이 정보전을 수행할 공작원을 고용하는데 대한 현행 제한규정을 해제하는 것임을 의미하느냐에 대한 질문을 받자 "그렇다…. 우리는 테러 조직들에 침투하기 위해 가능한 재량권하에 있는 모든 수단을 써야한다"고 답했다.그는 과거 정보기관이 인권 침해나 탄압 전력이 있는 자들을 고용한 것과 관련, "일부 도덕적으로 불미스러운 자라도 고용할 필요가 있다"며 "이같은 정보전이 비열하고 악취나며 위험한 동시에 더러운 사업이지만 그 분야에서도 작전을 수행해야한다"고 말했다.

전쟁수행 방침의 변화 근거로는 이번 전쟁이 적의 위치를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지난 걸프전과 달리 전세계에 걸쳐 암약하고있는 테러 네트워크들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체니 부통령은 또 빈 라덴이 머리를 쟁반위에 가졌으면 행복하겠지만 그 자체로 빈 라덴의 추종자들이나 다른 테러리스트들에 대한 전쟁을 종식시키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체니 부통령이 이날 구체적으로 적시한 테러 네트워크는 빈 라덴이외에도 이집트의 이슬람 지하드, 우즈베키스탄의 극단주의자들 등이었다.

그는 이어 현행 미 국내법이나 국제법이 빈 라덴에 대한 암살을 막을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내가 보기에는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체니 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이날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이 지난 76년 포드 대통령이 발한, 암살작전에 대한 미국 인사의 참여를 금한 행정명령을 포함해 모든 미국법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다는 발언과도 맥락을 같이해 미국이 이번 테러를계기로 장기전 차원에서 더러운 전쟁에 뛰어들 채비가 돼있음을 뒷받침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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