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이라 당연히 북적대리라 생각됐던 재래시장. 내리막길을 걸으면서도 그나마 반짝하던 시절이 대목 때이지만, 이제 그마저 적막하리 만큼 한적하다. 현대식 대형 유통점들이손님들을 끌어 가기 때문. 영세 상인들의 얼굴에는 수심이 짙다.
21일 낮 경북 북부 최대인 안동 중앙시장. 상가.노점마다 대목 상품을 가득 쌓아놨지만 한산했다. 가장 분주해야 할 어물점 주인 박성호(54)씨는 "한나절 매상이 10만원도 안된다"고 했다. 그 옆 과일가게 강옥순(50)씨는 "13년째 장사해 왔지만 올해처럼 손님이 없는 경우는 처음"이라며 "대목이라고 사 들여 둔 과일들이 고스란히 재고로 남을 판"이라고 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곳은 제수용 문어 가게. 생물을 가져다 그때그때 삶아 파는, 재래시장에서만 가능한 방법으로 장사하는 덕분이다. 나물 가게에도 매기는 있었으나 대부분노점상의 얼마 안되는 고사리.도라지.토란 등이 전부였다.
199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추석 한달 전부터 대목 상품을 실어 나르느라 차들이 시장 입구에 장사진을 이뤘었지만 이제는 옛말. 건과류 점포 김용덕(41)씨는 "몇년 전만 해도 이맘 때면 밤.대추를 밤새 차떼기로 실어다 날라 팔았지만 작년부터는 하루 한두 말 팔기도 쉽잖다"고 혀를 찼다. 경북도청 김승한 전자상거래 담당은 "도내 주요 재래시장 추석경기를 점검해 본 결과 모두가 최악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번영회 회원들은 "시장 매출이 당시보다 절반은 줄었고 임차료를 제때 못내는 상인들도 수두룩하다"고 했다. 영세 상인의 몰락을 동반하고 있는 것. 중앙시장 신승모(50)씨는 "대형 유통점의 치밀하고 발빠른 시장 잠식에 대처하지 못한 우리 상인들 잘못도 있고, 그 밑바닥에는 영세하면서도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혀 있는 상인들 사정도 있다"고 했다.
반면 2, 3년 전부터 성장 일로에 있는 대형 할인점들에선 추석 대목이 실감 났다. 안동 옥동의 한 점포에서 만났던 김수현(34.여.교사)씨는 "여러가지를 한 곳에서편하게 살 수 있으니 자연히 발걸음이 향할 수밖에 더 있느냐"고 했다. 안동에만도 700평 이상 되는 할인점이 9개나 된다. 이제 재래시장 영세상인들도 시장 전문코너 특화, 편의시설확충 등 환골탈태를 해 경쟁력을 회복할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해야 할 기로에 선 것이다.
안동.정경구기자 jkg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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