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대석-장편소설'바이올렛'작가 신경숙씨

"'오산이'는 익명의 다수입니다. 소극적인 성격이지만 내적인 욕망이 강한 여자이지요. 의사소통의 단절속에 한 여인의 생애가 바스러져가도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가는 현실에 물음표를 던지고 있어요".

대구 교보문고가 마련한 교양강좌 '나의 문학 이야기'에서 지역의 독자들과 만나기 위해 22일 오후 대구에 온 장편소설 '바이올렛'의 작가 신경숙은 자신의 작품세계를 이렇게 소개했다.

'한 사람의 내면에 감춰진 다양한 인물상' 때문일까. 독자들은 '바이올렛'의 마지막장을 넘기면서도 주인공 '오산이'가 어떤 사람인지 손아귀에 쉬 잡히지 않는다고 토로한다. 착하면서도 때로는 용렬하고 한편으론 당돌하기까지한…, 그러나 내면에 귀 기울이는데 익숙한 '어떤 여자'.

그래서 '바이올렛' 역시 '신경숙표' 소설이다. 전작에서 드러났던 그의 개성들이 그대로 되살아난다. '풍금이 있는 자리'와 '깊은 슬픔'에서 보여준 망설이고 머뭇거리는 목소리가 있고, 무방비 상태에서 자기 속으로 들어온 세상 앞에 목을 놓고 마는 그런 여자의 모습이 있다. '딸기밭'에서 내비쳤던 욕망의 무게도 담았다.작가의 표현대로 '잊혀져도 좋을 이야기'이지만, 작가 신경숙을 통해 '오산이'는 생명력을 가진 개성적인 인물로 되살아난 것이다. 작가는 그러나 오산이의 삶이 결코 낯선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수대에 걸쳐 이유도 없이 존엄성을 무시당한 여인들이 떳떳치 못한 대우로 고통받다가 낯선 방에서 죽어가는 일은 허다했습니다".

평범한 한 여성의 인생유전으로 지나쳐버릴 수도 있는 이야기에 대한 의미부여. 거기서 파생되는 다양한 인물상. 독자들은 여기서 새로운 글쓰기를 열어가는 작가의 '가능성'을 발견하다. 변화의 징후를 느낀다. 그것은 도시적인 모더니티와 현대적 일상성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려는 감수성의 변화이기도 하다.

단편 '배드맨턴 치는 여자'를 모태로 한 장편 '바이올렛'은 이야기의 흐름이 성급하거나 작가의 의도가 쉽사리 노출되지 않지만, 현대인들의 내면에 담긴 다양한 캐릭터를 묘사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그래서 소설의 제목도 다양한 상징성을 함축한 '바이올렛(violet)'이다.

작품 '외딴방'의 독일어 출판에 따라 최근 독일을 방문하고 돌아온 작가는 독자들과 자신의 문학 이야기를 나누며 '소설 낭독회'란 새로운 시도를 보여주기도 했다. 이날 강좌에서 독자들은 올해의 이상문학상 수상작가다운 삶에 대한 보다 깊은 성찰과 신경숙만의 독자적인 미학추구를 주문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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