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 하는 오후

구글 검색 선호 출처로 추가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 가
  • 가

촘촘한 어둠이 왔다.방범창의 자물쇠를 채우고

자꾸 헐거워지는 마음마저 잠근다.

(완벽한 감옥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자유는 얼마나 완벽한 감옥인가)

지친 활자들이 엎드려 있는 책상 앞을 지나친다.

거실의 불을 끄고도 나는 한동안

소파에 앉아 잠가야 할 것들을 점검한다.

시곗바늘이 새벽 두시의 숫자에서 잠기고

반쯤 잠긴 얼굴을 남겨둔 채

나는 빈방처럼 일어선다.

일부의 어둠이 따라 일어서며 안부를 걱정한다.

………

여전히 누수되는 삶은 기우뚱거릴

뿐.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강을 이루고

그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떠밀려가는 내가 보였다.

나는 무엇인가를 수없이 잠갔지만

자꾸만 방향이 빗나갔다

-강문숙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제목 뿐 아니라 내용조차도 굉장히 모던하다. 모더니즘이 관심을 갖는 영역은 불안, 허무, 소외 등과 같이 현대 물질 문명이 만들어낸 일종의 정신적 공황이나 질곡이다. 이 시는 현대인들의 자기소외를 잘 표현하고 있다.

거실의 불을 끄고도 곧바로 잠들지 못하고 무언가를 점검해야하며, 무엇인가를 수없이 잠갔지만 자꾸만 방향이 빗나가는 듯한 삶. 그 삶이 구성하고 있는 세계가 어느날 테러로 한방에 무너진 것이다. 오늘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이냐.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07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대구경북 지역은 심각한 공군 비행장 소음 피해를 겪고 있으나 정부 정책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으며, 대구의 소음 피해 인원은 지...
최근 통계에 따르면 의사 개원의의 평균 사업소득이 4억원을 넘어섰지만, 피부·미용 분야와 대형 비급여 진료기관의 고소득이 평균을 끌어올린 결...
고 최불암의 빈소에는 생전 아동복지에 힘쓴 그의 나눔을 기억하는 시민들이 찾아와 추모했으며, 특히 초록우산과의 인연이 깊었던 고인은 아동복지...
미국 중간선거를 앞두고 사전투표 참여자가 5천600만 명을 넘어서며 민주당 승리가 유력해 보이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부는 비..
→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