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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함께 하는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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촘촘한 어둠이 왔다.방범창의 자물쇠를 채우고

자꾸 헐거워지는 마음마저 잠근다.

(완벽한 감옥은 얼마나 자유로운가

자유는 얼마나 완벽한 감옥인가)

지친 활자들이 엎드려 있는 책상 앞을 지나친다.

거실의 불을 끄고도 나는 한동안

소파에 앉아 잠가야 할 것들을 점검한다.

시곗바늘이 새벽 두시의 숫자에서 잠기고

반쯤 잠긴 얼굴을 남겨둔 채

나는 빈방처럼 일어선다.

일부의 어둠이 따라 일어서며 안부를 걱정한다.

………

여전히 누수되는 삶은 기우뚱거릴

뿐. 떨어지는 물방울들이 강을 이루고

그 속에서 허우적 거리며 떠밀려가는 내가 보였다.

나는 무엇인가를 수없이 잠갔지만

자꾸만 방향이 빗나갔다

-강문숙 '잠그는 것들의 방향은?'

제목 뿐 아니라 내용조차도 굉장히 모던하다. 모더니즘이 관심을 갖는 영역은 불안, 허무, 소외 등과 같이 현대 물질 문명이 만들어낸 일종의 정신적 공황이나 질곡이다. 이 시는 현대인들의 자기소외를 잘 표현하고 있다.

거실의 불을 끄고도 곧바로 잠들지 못하고 무언가를 점검해야하며, 무엇인가를 수없이 잠갔지만 자꾸만 방향이 빗나가는 듯한 삶. 그 삶이 구성하고 있는 세계가 어느날 테러로 한방에 무너진 것이다. 오늘 우리의 삶이란 얼마나 허망한 것이냐.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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