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스타의 생명은 철저한 이미지 관리TV 시청(48.5%), 신문·잡지 읽기(20.1%)….

최근 어느 여론조사기관에 의하면 한국인들은 여가시간의 대부분을 매스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활동으로 보낸다고 한다. 결과 매스미디어에 등장하는 우상을 현대의 영웅으로 받아들이는 데 대중은 익숙할 수도 있겠다. 매스미디어의 발달로 스타는 출연하는 작품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TV, 연예뉴스를 통해 수시로 대중문화의 잠재적 수용자를 만난다. 가수가 자신의 음반판매와는 상관없는 개그를 하고 배우가 토크쇼에 참석하는 것은 자신의 이미지를 재강화하는 과정을 통해 잠재적 수요자를 문화상품의 적극적 소비자로 전환하겠다는 의도가 포함된다.

할리우드 영화산업은 50년 전부터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스타 이미지메이킹을 해왔다. 우선 영화대본을 특정 스타의 이미지에 맞게 쓰고, 스타를 그 이미지에 맞은 영화에 출연하게 했다. 그리고 스타의 풍만한 몸매를 보여주거나 대스타와의 염문설을 퍼뜨려 신문, 잡지에 스타 스토리를 공급했다. 그레이스 켈리는 부유하고 가문 좋은 실제 가정환경에 근거한 우아하고 교양있는 이미지 메이킹이 주효하여 남성들의 이상적 반려자로서의 이미지를 굳혔다. 반면에 마릴린 먼로는 돌봐주는 가족없이 자란 불행했던 삶과 반쯤 열린 입, 반쯤 감은 듯한 눈에 초점을 맞추어 남성들이 만만하게 손에 넣을 수 있는 이미지를 창출하는 데 성공했다. 얼마 전 탤런트 이태란이 성관계 비디오를 폭로하겠다며 폭행하고 금품을 갈취한 자신의 매니저를 고소한 사건이 있었다. 지난해에도 같은 매니저를 고소한 후 취하한 적이 있는 이태란은 '한때 그를 사랑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사랑이 깊으면 증오도 깊다'는 어느 시인의 말처럼 사랑은 지극히 모순적이어서 사랑의 영역에서 아는 것과 행하는 것은 대부분 일치하지 않는다. 하지만 스타에게 있어서는 이런 감정마저도 이미지전략과 연관되어야 한다. 스타는 문화시장에서 거래되고 교환되는 자원인 동시에 상품이기 때문이다. 스타는 오직 매스미디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만 접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 이미지에 의해 가치가 결정된다. 배우가 스크린 이미지와 실제 이미지의 일관성을 끝까지 유지해야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시인은 시인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인간을 위해 시를 쓴다'고 하든가. 스타는 대중을 위해 존재할 때만 그 가치를 인정받는다. 스타가 '팬들이 받아들인다면…'이라고 울먹이는 것은 이미 자신의 상품성을 포기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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