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 환경이 중요시되면서 '청정지역'이란 말이 어느 지역을 과시하는 최고의 가치를 가진 단어로 정착되고 있다.
◇청정의 상징들=청정을 강조하기 위해 현장의 시청.군청들은 먼저 수달을 그 상징으로 내세워, 청송 경우 그 서식지와 생태를 연구토록 하면서 수달상을 만들어 도로변에 세웠으며, 봉화는 작년에 수달 보호센터를 세우기도 했다.
이런 중에 또하나의 청정 대명사로 부상한 것이 반딧불이. 교육부는 내년부터 초교 교과과정 중 생태관찰 대상에 반딧불이를 포함키로 했는가 하면, 반딧불이 관찰 일기가 방학 과제물에 단골로 등장하고 있다.
이런 중요성을 노린듯, 영양군청도 이 곤충을 지역 상징물로 내세울 태세이다. 그러나 반딧불이는 이미 다른 지역에서도 앞다퉈 '내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이제는 반딧불이 시대=몇년 전부터 일부 시청.군청들은 환경지표 곤충인 '반딧불이'를 소재로 한 축제와 공원 조성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1997년에 '반딧불이 축제'를 시작한 전북 무주군 경우, 다음해 특허청에 '반딧불이 축제' '반딧불이' '개똥벌레 축제' 등 표지를 업무표장으로 등록해 사용 독점권을 주장하고 나섰을 정도이다. 이때문에 작년에 열렸던 경남 울주군의 '가지산 반딧불이 축제', 올해의 '성남 반딧불이 축제'와 관련해 주최측에 '반딧불이'라는 이름을 사용치 말라는 공문을 보내 상표 분쟁을 빚었다.
일부 행사는 성공도 거둬, 1999년부터 반딧불이 사업을 시작한 경기 양평은 읍면 별로 한 곳 이상 반딧불이 서식지를 지정하고 그 주변에서의 농약.비료 사용을 억제하는가 하면, 주민들이 중심돼 '3가지 안하기, 3가지 하기' 운동을 펴 허수아비 축제, 메뚜기 잡기 행사를 매년 성공적으로 치르고 있다.
◇반딧불이 없는 '반딧불이 축제'=무주의 반딧불이 축제는 지난해 문화관광 축제와 뉴밀레니엄 축제로 선정될 만큼 큰 호응을 얻었다. 그 후 경기 성남.양평.광명, 경남 울주 등에서 반딧불이 축제가 생겨났으며, 경북 봉화, 경남 밀양, 부산.서울 등에서는 공원 조성과 서식지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며 몇몇 반딧불이 축제를 찾아갔던 적잖은 관광객들은 실망을 안고 돌아 선다는 것이 일반적인 이야기. 볼 수 있는 반딧불이라고는 붙잡혀 와 온실 속에 전시되는 몇 마리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서식지 복원과 생태 보전은 외면한 채 박제화된 반딧불이를 이용한 상업적 행사"라는 비판도 받았다.
◇차라리 생태공원을 만들라=이런 일이 잦자 전문가들은 "축제보다는 환경농법 등을 통한 생태공원 조성과 서식지 복원으로 방향을 바꾸어야 한다"고 충고하고 나섰다.
한국 반딧불이 연구회 이종은 박사(안동대 생물학과 교수)는 "반딧불이는 도심에서 떨어진 청정지역에 서식함으로써 축제화는 본래부터 쉽잖다"며, "시청.군청들이 일과성 축제로 허울 뿐인 홍보사업에 치중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농업과학기술원 김종길 박사는 "먼저 반딧불이의 서식지 보전과 복원을 통해 청정지역 이미지를 높여야 하고, 이벤트성 사업 개발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그 다음 순서"라고 했다.
◇영양의 생태공원 계획=영양군청은 수비면 수하리 지프내(深川) 마을 일대 2만9천155㎡에 반딧불이 생태공원을 조성키로 하고 빠르면 이달 중 착공해 2003년까지 마무리키로 했다. 이는 축제부터 벌이는 것과는 순서가 다른 것.
이를 위해 한국 반딧불이 연구회 전문가들에게 맡겨 기본계획 수립에 들어 갔으며, 최근 군청에서 기본조사 및 설계 중간 보고회가 열리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영양에서는 '반딧불이 천국 영양 만들기'를 모토로 하고, 폐교된 수하분교 건물에다 연구소.홍보관.사육장 등을 갖춘 생태학습장을 만들기로 했다. 인근 농경지와 습지를 이용해서는 각종 생태 체험공간을 조성한다는 것.
폐교 경내에는 팬션형 목조주택, 숲속 휴게공간, 산책로, 주차장을 만들며, 인근 군유지에는 조류.야생초화류 관찰장, 산악자전거 코스, 반딧불이 관찰로 등 가족 공간도 갖출 방침이다. 나비.잠자리.양서류.파충류 서식지도 만들어 '종합 생태관찰 공원'으로 꾸미고, 군청에서는 인근 지역 농가들을 지원해 환경농으로 유도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이종은 교수는 "수비에서는 현재도 엄청나게 많은 반딧불이를 볼 수 있다"며, "추가 조치들을 하면 전국 최적의 반딧불이 생태지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양.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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