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초대석-'님 찾아 가는 길'펴낸 황선열씨

'이내 몸이 압록강을 건너올 때에/ 가슴에 뭉친 뜻 굳고 또 굳어/ 만주들에 북풍 한설 몰아 부쳐도/ 타오르는 분한 마음 꺼질 바 없고/ 오로라의 얼음산이 등에 묻혀도/ 우리 반항 우리 싸움 막지를 못하리라'

"1920년 만주의 독립군이 봉오동·청산리 전투에서 승리한 다음 일본군의 대대적인 보복 공세에 쫓기면서 부르던 독립군 시가 '고난의 노래' 중 1절입니다. 당시 독립군의 삶의 모습이자 문학적인 기록물이지요".

매일신문 신춘문예(1997)로 등단한 문학평론가 황선열(39·부산 동인고 교사)씨가 독립군 시가 자료집인 '님 찾아가는 길'을 한국문화사에서 펴냈다. 황씨는 독립군들의 구국투쟁사를 한마디로 '풍찬노숙'(風餐露宿)이라고 표현한다.

나라를 잃고 만주벌판과 이국땅에서 방황하던 독립군들의 처절하던 삶은 이제 역사 속의 빛바랜 사진으로 남았지만, 그것은 물질적 풍요 속에 살아가는 오늘 우리들에게 숱한 반성적 성찰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그는 "등단이후 '일제 강점기 민족문학 연구 논문' 준비를 위해 독립군 시가 자료를 모으면서 일본군과 싸우다 죽어간 이들의 현장 기록들을 문학사에 정리하는 작업이 절실함을 느꼈다"며 출간 동기를 밝혔다.

이번 책에 수록된 시가는 그동안 수집한 1천여수 중 400여수. 의병시가와 독립군 시가, 연변대 권철 교수를 통해 수집한 북한의 항일가요, 그리고 필사본과 독립기념관 수장고에 보관된 시가들을 한데 묶었다.

황씨는 앞으로 시가에 대한 해설집과 악곡집도 발간할 예정으로 만주의 구전 독립군가까지 보태 국내외 독립군 시가를 총망라하는 작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 그는 책 표제를 '님 찾아가는 길'로 정한데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광복군 제3지대장을 지낸 김학규 장군의 부인이자 광복군 여성선전부원이었던 오광심 여사의 동지애와 인간적인 사랑을 담은 시가 제목이라는 것. 황씨는 이같은 독립군 시가들이 우리 문학사와 정신사의 한 영역으로 자리매김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것은 일제 잔재 청산과 새로운 역사를 이끌어가는 하나의 방편이기도 합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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