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15일 오전 청와대에서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갖고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 남쿠릴 수역 꽁치조업 문제, 대 테러대책, 한일 월드컵 공동개최 등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과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등 역사인식 문제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시하고 재발방지를 요구했다.
김 대통령은 또 일본과 러시아가 남쿠릴 수역내 한국 꽁치잡이 어선의 조업배제 움직임에 대해서도 유감을 표시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고이즈미 총리는 일본의 과거 식민지 지배에 대한 사과와 반성의 뜻을 표시하고 역사교과서 왜곡 및 신사참배 문제로 한일관계가 악화된데 대해 유감을 표시했으나 구체적인 재발방지 대책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고이즈미 총리는 그러나 남쿠릴 문제는 일·러간 영토문제가 걸려있는 문제라면서도 한국과도 협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국 정상은 꽁치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고위급 차원의 실무회담을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양국 정상은 테러근절을 위한 국제사회의 공동노력에 동참하는 한편 2002년 월드컵 및 한일 국민교류의 해 성공을 위해 한일 정상회담 및 각료회담 정례화, 한국인의 일본 입국비자(사증) 면제 및 서울-도쿄(東京)간 셔틀기 운항, 한일 투자협정 조기체결, 재일 한국인 지방참정권 부여 등도 적극 추진한다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김 대통령은 고이즈미 총리와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건배사를 통해 고이즈미 총리가 과거사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명한 것과 관련해 "각하(고이즈미 총리)께서 표명한 역사인식이 21세기 한일관계 발전의 기초가 돼 결실을 보게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고이즈미 총리는 국립묘지 참배에 이어 서대문독립공원(옛 서대문형무소터)을 방문, "일본의 식민지 지배로 인해 한국민에게 다대한 손해와 고통을 안겨준데 대해 진심으로 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지금까지 외국으로부터의 침략, 조국 분단 등 참기 힘든 곤경과 수난 속에서 (한국민들이)받은 고통은 저의 상상을 초월한다"며 "이런 역사관계를 볼 때 서로 반성하면서 고통스런 고난을 두번 다시 겪지 않도록 협조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고이즈미 총리는 이어 서울 시내 모처에서 지난 2월 취객을 고하려다 목숨을 잃은 고 이수현씨의 아버지 성대씨와 어머니 신윤찬씨 및 이씨 친구들을 만나 위로하고 고인의 뜻을 기렸다.
정상회담 후 고이즈미 총리는 이한동 총리를 예방, 한일간 현안에 대해 논의한 뒤 예정됐던 국회방문은 취소하고 서울을 떠났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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