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가을여행과 젊음

몇 년 전 일본의 어느 신문사 출판부의 책광고다. 비행기 창가에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한 젊은이의 모습을 클로즈업 해놓고 다음과 같은 헤드카피를 달아 놓고 있다. "인간이 혼자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 - 책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을에 한 권의 책을 들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면 참 부러운 일이다. 여행을 통해 일상에 묻혀 놓쳐버린 생각들을 새롭게 떠올릴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행의 효용은 세상을 배우는데 있다. 세상에 대한 이해와 인간과 자연에 대한 사랑을 여행을 통해 얻을 수 있다. 더군다나 읽고 싶은 한 권의 책과 함께 함에야!

어느새 산자락이 붉은빛으로 물들어 간다. 청명한 하늘과 서늘한 바람은 차라리 가슴에 시리다. 한 권의 책과 함께 하는 가을여행을 유혹한다. 그러나 가을여행을 가능케 하는 것은 마음속의 '젊음'이 머리를 내밀어야 가능하다.

'젊음'이라는 게 반드시 나이로만 측량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게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새도 아닐 것이고 음악의 템포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젊음이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 세상사에 대한 대응방법을 말하는 게 아닐까.

'젊음'이란 태도고 정신이다. 81세에 자신의 첫 오페라를 작곡한 베르디의 정신일 수도 있고, 18세 소녀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는 80대의 괴테일 수도 있다. 불타버린 공장을 다시 세우는 67세의 에디슨일 수도 있고, 새벽 5시에 일어나 회사까지 걸어가는 80세의 정주영일 수도 있다.

그것은 청년기만의 특권이 아니다. 꿈이 싱싱하게 살아있고, 정신의 유액이 분망하게 흐르고 있는 곳이라면 어디에나 젊음은 만개하는 게 아닐까.

하지만 요즘 세상 돌아가는 것들이 '젊음'의 의지를 짓누른다. 그러다 보니 이 가을의 여행도 그저 그림 그려지는 것으로 끝나버릴 지도 모른다.

이런저런 일들이 날마다 쌓여있고 휴일엔 '젊음'을 눌러버리고 그저 TV 앞에서 뒹굴고 싶어지는 오늘날 이 땅의 중년들. 오호 통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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