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우리는 팔조령에 별을 보러 갔지요.가서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려고 별을 보러 갔지요.

두 발 동동 구르며 쳐다보는 밤하늘

어둠 속에 소풍 나온 바람과 함께 별을 보러 갔지요.

모여서 사는 것이 더 아름다운 거라고

별들은 우릴 내려다보며 노랠 불렀지요.

언덕 아래 옹기종기 모인 마을의 불빛과

밤 이슥해도 꺼질 줄 모르는 저들만의 눈짓이

우리가 모르는 골짜기가 되고 강물이 되어서

닭 울음소리 담을 뭉개는 새벽녘이면

또 어디로 쉬임없이 흘러갈지 몰라도

무시로 저무는 별을 봤지요.

어깨 겯은 나무들이 둥둥 떠오를 즈음

밤은 먼 발치의 길을 덮고 언덕을 덮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겠다는 듯 우리는

얼굴 하나로 꼿꼿이 서서 별을 봤지요.

-서지월 '팔조령에서의 별 보기'

가을은 별을 보기 좋은 계절이다. 맑은 가을밤을 수 놓은 별들은 새벽녘이 될 때까지 밤하늘에서 반짝인다. 그 사실도 모른 채 숙면의 아침을 맞이하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할 것인가.

팔조령은 대구에서 가까운 곳이다. 소풍나온 바람과 함께 팔조령 산정에서 바라보는 천상의 별은 현대인의 가파른 삶에 또다른 희열과 사색을 줄지 모른다. 오늘 밤에는 모두 팔조령에서 꼿꼿이 서서 별을 보자.

김용락〈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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