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公職감찰' 꼭 필요하나

사정당국은 대통령 임기말을 앞두고 공직(公職)기강 확립을 위한 대대적인 감찰에 착수키로 했다한다. 이번 감찰은 최근에 잇따르는 공직자들의 기밀 유출과 공무원 비리를 근절하는 데도 목적이 있겠지만 무엇보다 일부 공직자들이 정치권에 줄대기를 하고 있는 현상이 두드러지자 이를 막아 임기말의 권력누수를 차단키 위한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최근들어 야당인 한나라당에는 이용호 게이트, 백궁 의혹 등에 여권 실세들이 개입했다는 류의 문건과 녹취록, 동향보고가 잇따라 들어가고 이를 접수한 야당측이 국회에서 이를 계속 폭로하는 통에 여당이 곤욕을 치르고 있는 형편이다. 어느 여당 간부는 "오전에 검찰회의 내용이 오후되면 야당 책상위에 올라간다"고 개탄했다니 여당이 느끼는 고충의 정도는 심각한 모양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여당의 고충을 이해 하면서도 사정당국의 '공직자 정치권 줄대기' 감찰만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왜냐하면 현실적으로 정치권 줄대기의 실체를 규명하기 어려운데다 야당의 오해를 불러 또 하나의 야당 탄압 논쟁의 불씨를 초래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사정당국이 나서서 공무원의 뇌물수수나 접대성 골프, 호화사치업소 출입을 단속하고 복지부동에 철퇴를 가하는 것까지 굳이 반대코자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이번 감찰이 공무원의 무사안일과 부패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니라 공직자들이 야당에 줄을 대고 기밀 유출하는 것을 방지하고 그렇게해서 '레임 덕'을 막자는데 초점을 맞춘 것인 만큼 지나치게 과민한 반응이 아닌가 하는 우려를 갖게 된다. 과거에도 정부, 여당의 지나치게 과민한 사정이 정치를 옥죄고 행정을 경직시킨 전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도 혹시 이런 과오가 되풀이될까 하는 걱정에서 지적하는 얘기다.

정부여당은 '정치권 줄대기'차단에 매달리기보다 항간에 떠도는 갖가지 의혹을 조사해서 당당히 밝히는 것이 레임 덕을 막을 가장 확실한 방법임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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