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곳 없는 노인과 청소년, 어린이 등 어려운 이웃 12명을 돌보며 살아가는 김성곤(44·대구시 달성군 가창면)씨 부부는 요즘 며칠째 밤잠을 설치고 있다. 지난 88년부터 운영해온 그룹 홈 '사랑의 집'이 동네주민들의 거센 이전요구에 부닥친 것.
"주민들은 '사랑의 집'이 동네에 피해를 끼치기 때문에 나가라고 합니다. 지난 93년부터 나가라는 요구에 시달려왔지만 그런대로 잘 헤쳐왔는데, 이젠 정말 떠나라고 해요. 여길 떠나면 '이곳의 아이들과 노인은 어떡하냐'고 주민들에게 애원해도 들어주질 않습니다"
김씨부부는 최근 집이 좁아 한층을 더 올리는 등의 증축공사를 예정했지만 이 계획이 주민들의 반발을 더욱 키웠다. 이웃 주민들은 이전을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곳곳에 내걸고 이전서명에 들어가는 등 전에 없이 강경한 태도로 나왔던 것.
주민들은 '사랑의 집'이 동네 환경을 어지럽히고 이른바 비인가 복지시설인 '사랑의 집'이 규모를 점점 키워가는 것도 납득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한 주민은 "음식물 찌꺼기 등을 함부로 내놓고 헌옷·이불을 마구 태우는 등 주민들의 생활권 침해를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수차례 시정을 요구했지만 말로만 '고치겠다'고 할 뿐 행동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민 주장에 대해 김씨부부는 주민들과 화합하지 못한 것은 자신들 책임이라고 하면서도 너무 야속하다는 속내는 감추지 못했다.
"저희집에 있는 아이들의 생활을 책임지기 위해서 오리도 키우고 가축도 길렀습니다. 그러다보니 저희 집이 지저분해 보이는 것이지요. 담벼락에 이불 말리는 것까지 싫어하니 저희가 어떤 행동을 해도 예쁘게 보이지 않겠지요".
김씨부부는 '사랑의 집'은 많은 시민들의 후원으로 규모가 커진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직업군인, 미용사였던 우리 부부가 어려운 이웃을 돌보며 살아가는 것은 단지 신앙 때문입니다. 이 사업을 통해 딴 주머니를 챙겼다면 어떻게 자식들과 장인·장모까지 함께 살겠습니까. 제 생활을 와서 보면 아는데 정말 답답할 뿐입니다".
김씨부부는 가슴을 치고 있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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