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다시보기-MBC 가을에 만난 남자

◈새태 반영한 이혼남녀의 사랑

사극 아니면 20대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드라마류 속에서 모처럼 30대 이혼남녀의 사랑을 다룬 '가을에 만난 남자'(MBC, 수.목 밤 10시)는 동년배 시청자들을 텔레비전 앞으로 끌어당긴다. 어느 연령이든, 어느 계층이든 사랑은 인생의 목표중 하나이다. 요즘처럼 세쌍 중 한쌍이 이혼도장을 찍는다는 시대에 이혼남녀에게 새로운 사랑은 인생의 목표일 수 있다.

지난 17일에 시작하여 겨우 4회가 진행된 '가을에…'는 첫회부터 빠른 속도로 인물들을 스케치하고 관계를 얽어매어 눈길을 끌고 있다. 일에 있어서는 완벽하지만, 자유분방한 성격의 미술감독인 수형(박상원)과 영화사 기획실장인 은재(이승연)는 새영화 '청혼'의 제작으로 만난다. 호텔앞 영화제작 현장에서 살수차 물세례를 받은 상처한 50대 기업회장 윤섭(이정길)은 은재와 우연히 부딪치면서 영화사에 투자를 하게 된다.

'가을에…'는 다소 작위적인 만남이지만, 뒤늦은 사랑찾기를 하는 세 사람의 삼각관계를 초반에 치고 나온 점이 신선하다. 그러나 은재를 만난 수형이 "만나는 사람 있어요? 뭐 섹스파트너나", 은재의 동료가 은재에게 "그 남자 키스 잘하게 생겼던데. 키스해본지 한달 됐나" 등등 노골적인 성적대사들이 간혹 시청자들을 거슬리게 한다. 은재의 집에서 현관문을 열려다 부딪친 후 갖는 수형과의 격렬한 키스신은 극전개상 필요했다 해도, 제주도에서의 베드신은 시청률을 의식한 외설적인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가을에…'가 성인드라마를 표방하고 이혼남녀의 사랑을 다룬 것이어서 이런 대사나 장면들이 무리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번 결혼한 사람이기에 쉽게 성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것으로 묘사한다면 이 드라마의 본질을 실추시키는 것이다.

이혼율이 점점 늘어가는 시대를 드라마 '가을에…'에 담았다고 하지만, 전문직종의 화려한 모습과 주인공들의 세련된 옷차림은 '저런 사람들이기에 이혼도, 사랑도 당당하구나'하는 열등감만 시청자들에게 준다. 시청자들은 특수계층 아닌 서민들의 사랑을 통해,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내 삶을 확인하고 싶을 때가 많다.

미디어모니터회 유순희 soon6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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