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애리조나, 대망의 월드시리즈 정복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전통의 야구명가 뉴욕 양키스를 깨뜨리고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등극했다.

애리조나는 5일 피닉스의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9회말 1사 만루에서 루이스 곤잘레스가 극적인 끝내기 안타를 터뜨려 뉴욕 양키스를 3대2로 제압하고 정상에 올랐다.

지난 98년 메이저리그의 막내구단으로 탄생했던 애리조나는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3패를 기록, 최단기간인 창단 4년만에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다.

월드시리즈 MVP는 사상 최고의 「원-투 펀치」로 불리는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이 공동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존슨은 2차전 완봉승, 6차전 선발승에 이어 7차전 구원승으로 3승을 올렸고 실링은 1차전, 4차전, 7차전에 거푸 선발등판하며 마운드의 기둥이 됐다.

9회말 마지막 공격에 나선 애리조나는 노장 마크 그레이스가 중전안타로 포문을 열고 대미언 밀러의 보내기 번트 타구를 리베라가 2루에 악송구, 무사 1,2의 찬스가 이어졌다.

대타로 나선 제이 벨은 보내기 번트 실패로 선행주자를 진루시키는데 실패했으나 애리조나는 1번 토니 워맥의 천금같은 우익선상 2루타로 2대2 동점을 만들었다.

계속된 공격에서 애리조나는 크레이그 카운셀이 몸맞는 볼로 1사 만루 기회를 잡은 뒤 곤잘레스가 유격수 키를 살짝 넘어 떨어지는 행운의 안타를 터뜨려 극적이고도 짜릿한 최후의 승리를 움켜쥐었다.

애리조나 선발 실링은 7과 3분의 1이닝동안 삼진 9개를 곁들이며 6안타 2실점으로 막았고 8회초 2사 1루에서 구원등판한 존슨은 1과 3분의 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처리해 구원승을 올렸다.

애리조나의 극적인 우승으로 4차전과 5차전에서 9회말 2아웃 뒤 거푸 동점홈런을 두들겨 맞았던 김병현은 가슴에 맺혔던 응어리를 털어내며 한국인 최초로 월드시리즈 챔피언 반지를 꼈다.

한편 양키스가 자랑하는 「특급 마무리」리베라는 1과3분의 1닝동안 4안타로 2실점, 포스트시즌 23연속 세이브 기록이 중단되며 포스트시즌 출전 52경기만에 첫 패배를 최종전에서 맛봤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한 기분입니다』

5일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7차전이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극적인 역전 드라마로 끝나면서 한국인 사상 처음으로 챔피언 반지를 낀 김병현(22)은 멋쩍게 소감을 밝혔다.

『너무 기쁘다』는 김병현은 『앞으로 야구를 해나가면서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감은.

▲너무 기쁘다.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한 기분이다.

-오늘 7차전에서 1대2로 역전됐을 때 심정은.

▲너무 안타까웠고 반드시 다시 역전을 시켜야 한다고 생각했다.

-월드시리즈에서 얻은 점은.

▲결정적인 실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따뜻하게 위로해준 감독 및 동료들이다. 그리고 야구는 9회말 2아웃부터라는 것도 다시 한번 절감했다.

-4.5차전에서 홈런을 맞았을 때의 기분은.

▲관중 소리도 들어오지 않았고 그냥 멍한 기분이었다. 앞으로 야구를 해나가면서 절대 잊지 못할 기억이 될 것이며 더 나은 선수로 거듭나는 보약이 될 것으로 믿는다.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초임 사령탑 밥 브렌리 감독(57)이 「믿음의 야구」로 창단 후 4년밖에 안된 팀의 월드시리즈(WS) 우승 신화를 엮어냈다.

신임감독이 팀을 WS에서 우승시킨 것은 지난 61년 이후 40년만의 일이다.

데뷔 첫 해에 메이저리그 최고의 감독 반열에 오른 브렌리 감독은 선수 시절과 애리조나 사령탑을 맡기 전까지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92년 샌프란시스코 코치로 부임, 95년까지 4년간 지도자 생활을 하다 야구 해설가로 변신한 브렌리 감독은 FOX 방송 등에서 명해설로 이름을 날리다 2005년까지 4년간 팀을 맡는 조건으로 지난해 애리조나 사령탑을 맡으며 그라운드로 돌아왔다.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브렌리 감독의 최대 강점은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믿는 야구」에 있다.

브렌리 감독은 3대1로 다 이긴 4차전에서 9회말 투런홈런을 맞고 연장 10회말에도 끝내기 홈런을 맞은 마무리 김병현을 5차전에 투입하는 소신을 보였고 현지언론의 집중공격에도 불구하고 5일간의 등판일정을 무시하고 휴식 4일만에 커트 실링을 7차전 선발로 내세우는 모험을 하기도 했다.

기회가 되면 김병현을 7차전에서도 내보내겠다고 브렌리 감독이 호언한 가운데 실링은 브렌리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는 호투를 선보였고 타자들도 9회말 드라마같은 역전극을 펼치면서 드디어 브렌리 감독의 신뢰에 보답했다.

○…월드시리즈 7차전에서 애리조나의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피닉스의 뱅크원볼파크는 열광의 도가니. 9회말 루이스 곤잘레스가 끝내기 안타를 터뜨리자 4만8천500여석의 스탠드를 가득 메운 관중들은 기립박수를 치며 팀 창단 후 4년만에 이룬 쾌거에 한동안 어쩔줄 몰라했다.

또 스피커를 통해 그룹 퀸의 「We are the champion」이 울려 퍼졌고 애리조나의 우승을 축하하는 폭죽이 뱅크원볼파크 하늘을 수놓았다.

○…애리조나 선수들은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더그아웃에서 그라운드로 몰려나와 서로 부둥켜 안으며 진한 기쁨을 나눴고 7차전 승리의 주역인 커트 실링과 랜디 존슨도 뜨겁게 포옹한 뒤 서로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특히 애리조나 사령탑 밥 브렌리 감독은 야구해설가로 이름을 날렸던 옛 명성을 입증하듯 우승 직후 능란한 말솜씨로 생방송 인터뷰를 소화해냈다.

○…미국 프로야구 월드시리즈 패권을 거머쥔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가 피닉스에 연고를 둔 4대 메이저 프로스포츠 구단 중 첫 챔피언십을 차지하는 영광을 안았다.

그동안 미국프로농구(NBA)의 피닉스 선즈는 76년과 93년 두차례 결승에 올랐으나 각각 보스턴과 시카고에 패해 우승이 좌절됐다.

또 세인트루이스에서 피닉스로 연고지를 옮긴 미국프로풋볼(NFL)의 애리조나 카디널스도 98년 플레이오프에 진출했으나 미네소타에 패했고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의 피닉스 코요테스도 플레이오프의 첫 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했다.

○…명예의 전당측은 월드시리즈(WS)에서 인상적인 기록을 남긴 선수들의 배트와 공, 모자 등을 회수했다.

회수 물품 중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선수 것으로는 WS 7차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루이스 곤잘레스의 배트와 공동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랜디 존슨의 홈경기 모자 및 커트 실링의 원정경기 모자, 6차전에서 종전 메이저리그 한경기 최다안타기록(20안타)을 경신한 그레그 콜브럼의 배트 등이다.

또 뉴욕 양키스 선수 물품으로는 4차전과 5차전 투아웃 상황에서 각각 동점홈런을 날린 티노 마르티네스와 스캇 브로셔스의 배트가 회수 물품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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