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철학과 교수 자리를 박차고 오직 연구와 대중강의에 몰두하고 있는 젊은 철학자 이정우(철학아카데미 원장)씨가 영화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통찰한 '기술과 운명'(한길사 펴냄)을 선보였다.
철학자의 영화읽기란 독특한 영역에 도전하고 있는 이 책은 60년대부터 최근에 상영된 영화까지 5편을 다루고 있다. 중요한 것은 하나같이 컴퓨터가 개인의 신경조직이나 다름없게 되어버린 시대의 문화현상을 그린 사이버 펑크 영화 사상 걸작으로 정평받고 있는 '블레이드 러너', '공각기동대', '200년을 산 사나이', '매트릭스'.'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 등을 일목요연하게 철학적으로 꿰뚫어 보고 있다.
전방위 통신, 생명체 복제, 인공지능, 전뇌(電腦)화, 디지털화 등을 비롯해 인간이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만들어 낸 놀라운 기술 문명이 오히려 인간에게 새로운 위험으로 다가오는 시대를 경고하며 미래 인간에 대해 사유하기 시작하는게 이 책의 특징. 저자는 이를 일컬어 '역운(逆運)의 동그라미'라고 칭한다.
'매트릭스'는 저자에게 한마디로 진실에 관한 영화이자 선택의 문제를 다룬 영화다. 또 그 진실을 지키기 위해 저항하는 사람들을 다른 영화다. 그러면서 저자는 "광고에 이용될 정도로 독특한 촬영기법으로 보는 즐거움에만 빠진다 '하나의 세계 전체가 진실인가, 거짓인가?'하는 놀라운 형이상학적 문제를 놓치기 십상"이라고 지적한다.
또 이 영화에서 네오(키애누 리브스)의 방을 찾아 온 한 무리의 젊은이들이 네오에게 디스켓을 요구하는 장면과 관련, 네오가 돈을 받고 디스켓을 '시뮬라크르와 시뮬라시옹'(보르리야르)이라는 책의 '니힐리즘'이란 장면에서 꺼내는 것을 발견한 것은 철학자이기에 독자에게 줄 수 있는 안목이기도 하다. '2001년 스페이스 오디세이'는 인간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생각하는 완벽한 컴퓨터인 '헬 9000'을 통해 인간이 맞닥뜨려야 할 가장 강력한 적은 이제 테크놀로지 자체가 되었다는 역운의 파토스를 빼어난 미학적, 기술적 성취를 통해 보여준 우리 시대의 걸작이라고 평하고 있다.
저자는 가장 오락적인 동시에 가장 형이상학적인 장르인 사이버펑크를 통해 사유와 오락이 어우러지는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배홍락 기자 bhr222@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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