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전망 오류, 기업 혼란 가중

"6% 이상 성장할 것이라던 올해도 겨우 제자리 걸음을 면했을 뿐인데 내년에 무슨 수로 3% 성장을 한다는 것인지…"

진념 재경부 장관이 지난 7일 '내년 경제성장률은 3%대가 될 것'이라는 예상치를 내놓자 포항지역 기업인들이 "이런 엉터리 전망 때문에 시장과 기업이 더 혼란에 빠진다"며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이맘때쯤 정부와 수많은 국내외 기관.단체들이 올해 5.5∼6.5% 성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가 몇달도 안지난 3∼4월에 벌써 성장률을 절반 정도로 낮춰잡는 수정치를 발표했으나 연말을 앞둔 지금은 2%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을 바꿨다.

기업, 특히 중소기업들은 이같은 전망치를 근거로 내년 살림살이와 영업 전략을 세우는데, 사업년도 중간에 통째 허수(虛數)나 믿을수 없는 수치가 돼 버리는 일이 반복된다면 이미 짜 놓은 계획은 어쩌란 말이냐고 목청을 돋구는 것.

지난 7일 진 장관이 내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발표하던 바로 그날, 우리 주력업종 중 하나인 유화.섬유업계는 최고 30%의 감산 방침을 밝혔고, 같은 날 대한상의는 "정부가 경제 위기상황을 인식하지 못해 연말 자금 대란이 우려된다"며 적극적인 경기 진작책 제시를 요구했다.

또 같은 날 포항의 철근 업체들은 재고 조절을 위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으며, 포항상의는 내년 1/4분기 기업경기가 지금(4/4분기)보다도 30% 정도 더 나빠질 것이라는 BSI(기업경기 실사지수)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연말 수많은 경제 관료들은 기회 있을 때마다 "내년(2001년) 상반기에 우리 경제는 최저점을 지나고 하반기, 특히 4/4분기부터는 확실한 회복세로 반전될 것"이라고 앵무새처럼 말했으나 지금 우리 경제는 어떤가?

'예측은 예측에 불과하다"고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그들의 혀가 저지른 죄가 너무나 크다는 것이 현장 기업인들의 비탄이다. 정부의 경기 전망을 두고 "자신없는 어거지 이거나 정치적 계산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차라리 발표하지 않는 것이 경제를 살리는데 도움될 것"이라는 말이 산업계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리라.

포항.박정출기자 jcpar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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