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생명경시는 안된다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나 낙태 등을 인정하는 의사협회의 '의사윤리 지침'은 충분한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았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지침의 상당부분은 실정법을 위반하는 내용까지 담고 있어 사태진전에 따라서는 심각한 마찰까지 예상되고 있다. 생명경시에 대한 종교계의 반발도 클것으로 보여 격렬한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사실상 소극적 안락사 인정과 치료중단 기준의 모호성이 문제다. 의협은 '의학적으로 회생의 가능성이 없는 환자의 자율적 결정이나 그에 준하는 가족 등 대리인의 판단에 의하여 생명유지치료를 비롯한 진료의 중단이나 퇴원을 문서로 요구하는 경우, 의사가 그런 요구를 받아들이는것은 허용된다'고 규정했다. 의협은 아니라고 하지만 이것은 부작위에 의한 안락사 즉 '소극적 안락사'를 사실상 인정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따라서 관계당국이 이 지침은 형법이 규정한 촉탁승낙에 의한 살인죄에 해당한다는 견해에 우리는 동의한다. 결과적으로 '소극적 안락사'와 별차이가 없다는 게 우리의 주장이다. 회생불능상태에 대한 판단도 의사의 주관적인 잣대로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올 수 있는 혼란도 걱정스럽다.

의협 지침이 허용한 낙태는 원칙적으로 위법이다. 현행 모자보건법이 정하고있는 극히 제한적으로 낙태를 허용한 조항에 상충된다. 의사의 신중한 판단이라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낙태행위 인정은 사회적인 혼란은 물론 인간생명 존엄성에 대한 일종의 도전행위로도 볼 수 있다.

뇌사의 기준도 동의를 못한다. 의협은 뇌사를 심장사와 더불어 죽음의 기준으로 규정했다. 이럴 경우 임의로 뇌사자를 사망한 것으로 선언할 수도 있고 사망시점이 임의로 바뀌는 일도 생길지 모른다. 따라서 생명의 인위조작이라는 부작용과 법적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어 사회적인 파문이 우려된다.

의협은 이런 점들을 감안해 생명경시를 부추기는 일부규정은 사회적인 토의를 거쳐 고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법을 초탈한 윤리지침이 과연 합리적인 것인지, 국민적인 동의를 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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