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와 함께하는 오후

로봇
mWiz 이 기사 포인트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벌거벗고 언 땅에 꽂혀 자라는

초록의 겨울 보리,

생명의 어머니도 먼 곳

추운 몸으로 왔다

진실도

부서지고 불에 타면서 온다

버려지고 피 흘리면서 온다

겨울 나무들을 보라

추위의 면도날로 제 몸을 다듬는다

잎은 떨어져 먼날의 섭리에 불려가고

줄기는 이렇듯이

충전 부싯돌임을 보라

금가고 일그러진 걸 사랑할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상한 살을 헤집고 입맞출 줄 모르는 이는

친구가 아니다

생명은

추운 몸으로 온다

열두 대문 다 지나온 추위로

하얗게 드러눕는

함박눈 눈송이로 온다

-김남조 '생명'

일종의 잠언시이다. 생명의 본질에 대한 시인 나름의 주장이다. 이 시인은 대구 출신 원로로, 그간 순수주의 문학을 해 왔다. 그러나 이 시는 민중주의적 시각이 녹아 있다. 기독교도들에게는 가난한 자가 복이 있고, 불자들에게는 빈자일등이 세상의 광명을 밝히는 것으로 가르쳐 왔다.

마찬가지로 생명도, 진실도 부숴지고 버려지고 피흘리면서 온다. 그러나 우리는 이 평범한 사실을 쉽게 잊고 산다. 오늘도 내 삶의 외양이 화려하지 않다고 절망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김용락〈시인〉

최신 기사

mWiz
1800
AI 뉴스브리핑
정치 경제 사회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는 이재명 대통령의 '기관장 망신주기' 논란과 관련해 이학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을 응원하며 이 대통령의 언행을 비판했다. ...
정부는 낙동강 취수원 다변화 사업에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활용하기로 결정하고, 이를 통해 대구 시민의 식수 문제 해결을 조속히 추진할 것을 당...
샤이니의 키가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을 받고 있는 '주사이모'에게 진료를 받았다고 인정하며 현재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기로 결정했다고 SM...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