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색 콘크리트 건물만 보고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계절따라 색깔이 변하는 자연을 보여주는 것만큼 좋은 교육은 없을 것이다.
대구시 동구 서호동의 무산유치원. 정원에는 초록을 지키고 있는 소나무, 또 은행나무, 감나무, 석류나무, 주목 등이 앙상한 가지를 드러내고 있다. 한쪽에는 아이들이 수탉들의 꽁무니를 쫓느라 분답하다.
이 정원은 유치원 아이들의 학습 공간으로 활용된다. 봄에는 민들레, 도라지, 할미꽃 등 꽃을 배울 수 있고 여름에는 방아개비, 메뚜기를 볼 수 있다.
이곳 아이들은 장미나, 할미꽃을 그냥 '꽃'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할미꽃'이라며 타고난 제 이름을 불러준다.
삭막한 아파트나 빌딩 숲에 둘러싸인 여느 유치원과 다른 색깔을 갖고 있다고 할까.
지난 여름에는 6개의 타석을 갖춘 골프 연습장을 만들었다. 일주일에 1~2번씩 전문 강사를 초빙해 아이들에게 골프 강습을 하고 있다.
지난 해부터 아이들의 인지능력을 키워주는 '호크마' 학습법을 도입했다. 의성어, 의태어를 가르쳐 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며 사물을 연상시키는 훈련을 한다.
그러나 아이들에게 한글이나 컴퓨터, 영어 등을 억지로 공부시키지 않는다. 공부를 한다고 해서 반복해 쓰고 외우는 학습이 아니라 놀이를 통해 익힌다.
천현섭 원장은 "부모들이 아이들에게 인위적인 공부를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조기교육은 자연과 벗하며 예절 바른 아이들로 자라는데 목표를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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