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동전과 소액권 천덕꾸러기

"돈 버는 것보다 잔돈 처리가 더 힘듭니다".

은행들이 귀찮다는 이유로 동전과 1천원권 처리를 꺼리는 탓에 잔돈 취급이 많은 운수업계와 일부 제조업체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경산 진량의 문구류 제조업체인 ㅍ사 최모 사장은 "업체 특성상 1천원권 유통이 많은 날은 하루 300만~400만원에 달하는데, 은행에 가져가면 돈 세기 귀찮다며 고액권으로 바꿔주지 않고 아예 입금도 받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1천원권 30~40 다발을 들고 가면 은행 직원들이 인상부터 찌푸리며 "시간을 많이 뺏겨 인건비도 나오지 않는다"며 노골적으로 거부한다는 것.

운수업체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 심하다. 경산버스(주)의 경우 하루 잔돈 수입이 1천원권 1천만~1천500만원, 동전 500만원 정도. 10원부터 500원까지 다양한 종류로 들어오는 동전 갯수는 10만개가 훨씬 넘는다. 은행에서 잔돈을 받아주지 않기 때문에 직원 3명으로 잔돈교환팀을 만들어 새마을금고나 신협 또는 고속도로 휴게소, 편의점, 할인마트 등 잔돈을 필요로 하는 업체들을 매일 찾아다니는 형편이다.

경산버스 이재영 과장은 "금액이 크고 양도 많아 돈을 회사에 보관할 수도 없어 매일 매일 처리해야 한다"며 "잔돈을 차에 싣고 회사를 나서면 처리할 곳을 찾느라 걱정이 늘 앞서고 불안하다"고 말했다. 직원 급여나 주유소 등 거래처에 소액권을 주기도 하지만 불만이 많아 이마저도 어렵다는 것.

은행이 잔돈을 받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돈 셈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고, 한국은행에 불입하기 전에 유통 가능 여부를 따져 직접 분류해야 하는 등 인력과 경비 소모가 만만치 않다는 점 때문. 동전이 수백만원을 넘을 경우 셈하고 분류하는데 며칠씩 걸리도 한다는 것이다. 경산 모 은행지점 관계자는 "잔돈 처리는 인력이나 경비면에서 은행에 전혀 도움이 안된다"며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처리해주기도 하지만 지속적으로 요구할 경우 거절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농협 경산시지부 한 관계자도 "월 평균 2천500만원 정도의 동전을 처리하는데 양이 많아 금고 보관이 힘들고, 직원들이 마감 후 야간 작업으로 돈을 분류하고 셈해야 하는 등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때문에 업체 관계자들은 "차라리 수수료를 받더라도 1천원권이나 동전을 고액권으로 바꿔주거나 송금·입금 가능토록 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근래 자체적으로 수수료 제도를 도입했었으나 한국은행의 불법 경고로 거의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산·이창희기자 lch888@imaeil.com

사진 = '경산버스' 잔돈교환팀이 곳곳을 돌며 고액권으로 바꾸기 위해 동전과 1천원권을 정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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