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하주차장이 무서워요"

"지하 주차장이 무섭다".지난 1일 오전 수성구 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시장을 보러가던 가정주부(47)가 흉기를 든 2인조 강도에게 납치되는 등 지하주차장 범죄가 잇따라 아파트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

지하주차장의 경우 감시카메라가 무용지물로 전락했고 조명시설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해 주민들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

3일 수성구 범어동 ㄱ아파트 301동 지하주차장에서 만난 박모(37) 주부는 "오늘처럼 흐린 날은 낮이 더 무섭다"고 말했다. 낮에도 7개 수은등 중 4개 수은등을 켜 놓지만 멀리서 보면 사물을 구별할 수 없을 정도로 희미하고 감시카메라조차 없다는 것.

실제 이곳 지하주차장은 입구에는 250W 전구를 쓰면서 정작 어두운 구석 자리는 100W 전구를 쓰고 있었고 자동차 주차 대수가 26대에 불과해 감시카메라도 없었다.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97년 개정된 주차장법은 자동차 30대당 감시카메라 1대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CCTV를 설치하지 않았다"고 했다.

주민 최모(57)씨는 "이 아파트에 사는 주부들의 경우 아예 지하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같은날 수성구 지산동 ㅊ아파트 제2지하주차장. 감시카메라 4대가 주차장을 지키고 있었지만 윤모(43)씨는 "이곳 감시카메라는 아무 쓸모도 없다"고 했다. 고정식이어서 좌우 30도만 피하면 얼마든지 카메라를 피할 수 있다는 것. 윤씨는 "180도 혹은 360도 회전식 카메라로 교체하거나 출입구, 비상구 등에 의무적으로 감시 카메라를 설치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모(44) 주부는 "흐릿한 조명시설 때문에 밤보다 낮이 더 무섭다"고 했다. 밤엔 형광등, 수은등을 모두 켜 두지만 낮엔 형광등만 켜 둔다는 것. 이때문에 이씨는 "자동차에 뭘 놔두고 와도 다시 주차장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비원 손모(63)씨는 "솔직히 지하주차장에 신경 쓸 틈이 없다"고 털어놨다. IMF이후 아파트마다 동초경비가 없어져 초소와 동경비를 겸해야 하기때문에 지하주차장에 관심을 쏟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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