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도 안보는 여자. 109명 장애인들의 '큰 엄마'. 사회복지법인 국제재활원(경북 고령군 성산면) 사무국장 김귀숙(48)씨는 장애인 친구들에게 큰 엄마로 불린다. 화장하지 않은 얼굴에 청바지차림. 사진을 찍자며 느닷없이 들이민 카메라에 "거울을 볼 시간이 없어요"라며 당황한 듯 웃었다.
방황하다 이제서야 제자리를 찾은 느낌이 든다는 김씨가 국제재활원에 근무한 지는 일년 반. 이를 위해 지난 98년 경북대 사회복지학과에 학사편입 후 작년 2월 졸업,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냈다. 간호학과를 졸업했으면서도 정사서자격증을 가지고 있을 만큼 별난 이력도 갖고 있다. 김씨가 늦깎이 공부에 도전했던 것은 틈틈이 해오던 봉사활동에서 미흡함을 느꼈기 때문.
이런 김씨에겐 나이들어간다는 사실에 울적해하거나 유달리 의미를 부여할 여유가 없다. 늙어간다고 서러워만 하고 있기엔 현실이 너무 바쁘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별종'이라 할만큼 전업주부로 있을 때도 한번도 심심해본 적이 없었다. 기를 쓰고 나이를 밀어내려고도 하지 않는다. 당당하게 나이를 맞을 뿐이다.
"40대 후반에서 50대까지가 인생의 시작 아닌가요. 이 시기에 자신을 위한 것보다 사랑을 나누는 일에 관심가져보면 할 일은 참 많습니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할 때죠".
살아오면서 자신에게 크게 의미있는 일이 없었다고 자평하는 김씨는 지금이 인생의 절정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1년만에 많이 늙었다는 친구들의 안쓰러운 말에도 초연할 수 있다. 김씨는 요즘 바쁜 가운데서도 대학원 진학을 생각하고 있다. 남을 돕는다는 것이 갈수록 어렵다는 사실을 느끼기 때문. 보다 전문적인 능력을 길러 더 많은 이웃들을 돕고 싶어서다.
현재 국제재활원에는 109명의 장애인을 보살피고 있다. 대부분이 중증장애인. 초등학교 3학급 27명과 중학교 1학급 7명은 재활원 안에서 특수학급 형태로 운영한다. 다른 직장에서의 일보다 2, 3배는 더 힘드는 셈. 퇴근도 밤 8, 9시를 넘기기가 예사. 어떨 땐 퇴근도 못할 만큼 바쁘다. 김씨도 일주일에 한두 번은 귀가하지 못한다. 남편이 적극 이해하고 밀어주는 것이 고맙기만하다. 그래도 마음속엔 늘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만 팔순이 가까운 부모에게 잘해드리지 못해 괴롭다.
재활원은 자원봉사자들과 후원자들 덕분에 운영해나간다. 평소에 자원봉사를 생각하고 있으면서도 선뜻 용기를 내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김씨는 전화상담(054-954-4176)부터 해보길 권한다.
박운석기자 stoneax@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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